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사용자가 '노동자아님' 입증해야…'노동자추정제' 실효성 있을까

연합뉴스 김은경
원문보기
민사소송에 국한 한계…"근로자 인정률 제자리일 것" 우려
노동부 "'가짜 3.3' 사례 축적해 근로자 개념 개정 필요성 검토할 것"
고용노동부[촬영 고미혜]

고용노동부
[촬영 고미혜]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옥성구 기자 = '노동자추정제'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하는사람법)의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현재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로 분류되는 '비임금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근로자 정의의 확대 없이는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고용노동부가 도입을 발표한 '노동자추정제'의 골자는 민사상 분쟁에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것이다.

특고·플랫폼종사자 등 '비임금 노동자'가 2023년 기준 862만명(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시 많은 종사자가 최저임금, 4대보험 등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노동부는 기대하고 있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이들의 권리 보호는 '일하는 사람법'으로 책임진다.

이번 제도가 시행될 시 적용이 가능한 대표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 사건이다.


기존에는 오씨가 노동자가 아니라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됐지만, MBC가 노동자가 아님을 반증하지 못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입증 책임 전환 추정의 법리는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 한정되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려는 사건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형사 사건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국가가 죄를 입증하게 돼 있어 가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 등에서는 제도 추진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이 빠진 노동자추정제와 일하는사람법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법안은) 근로기준법의 정의 규정에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추정 제도를 명시하지 않고 근로감독관 규정에 분쟁 해결을 전제로 한 추정 규정을 두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는 감독·분쟁 단계에서의 제한적 추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현장에서의 실질적 권리 보장으로 연결되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성 판단이 분쟁 이후에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모든 일하는 사람이 실질적인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가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정의가 그대로인 만큼 법적 판단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선민 덕수 변호사는 "입증 책임이 사용자로 전환돼 노동자의 소송 과정이 수월해질 수는 있어도, 근로자 정의가 그대로라면 근로자로 인정되는 비율은 사실상 거의 그대로일 것"이라며 "결국은 근로자 정의 규정을 확대해 근로기준법을 폭넓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의 하은성 노무사는 "민사소송은 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인데, 일반 노동청 진정이나 감독에는 적용되지 않고 민사에만 적용된다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한계"라면서 "추정제가 도입되면 사용자가 반증을 위해 준비할 게 많아지는 것이지, 인정률 자체가 급격히 높아질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대법원 판례 자체가 노동자를 좁게 보고 있는데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변동이 없다면 추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일하는사람법도 선언적인 법일 뿐으로, 둘 다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이런 지적을 인식하고 있다며 근로자 개념 개정 검토가 국정과제에도 중장기 과제로 포함된 만큼 필요성을 살펴 추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추정제를 우선 도입해 '가짜 3.3 계약'(위장 프리랜서) 등 관련 사례와 판례를 축적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현행 근로자 개념 수정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만약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bookmani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음주운전 임성근 전참시
    음주운전 임성근 전참시
  2. 2그린란드 긴장 고조
    그린란드 긴장 고조
  3. 3SSG 베니지아노 영입
    SSG 베니지아노 영입
  4. 4세네갈 징계 위기
    세네갈 징계 위기
  5. 5대통령 추경 기회
    대통령 추경 기회

연합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