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 확장주의 (PG) |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이 가져야 하는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더니 마침내는 그린란드 소유권 문제까지 거론했다. "왜 그들이 소유권을 갖고 있나"라며 덴마크의 그린란드에 대한 권리 자체에 대해 비아냥에 가까운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에게 지난 18일(현지 시간)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서로 된 증거도 없고, 수백 년 전 배 한 척이 상륙했을 뿐이다. 우리(미국) 배도 그곳에 갔었다"고 주장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그린란드를 최초로 발견한 인물은 노르웨이 바이킹이자 탐험가인 에이리크 힌 라우디 토르발드손이다. 그는 985년경 그린란드에 도착해 정착지를 세웠다. 그 후 노르웨이가 '얼음 땅' 대신 이주민 유치를 위해 '초록의 땅'으로 명명한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만들어 첫 주인이 됐다. 기원전 2500년부터 원주민이 살던 땅이다.
그린란드는 이후 수 세기에 걸쳐 노르웨이의 영토로 유지됐으나 14세기 말 흑사병으로 인해 그린란드의 노르웨이 정착지가 쇠퇴하면서 노르웨이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그러다가 18세기 초 덴마크-노르웨이 연합 왕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통치권을 다시 확립했다. 1953년부터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정치나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결합했던 연합 왕국은 1380년부터 1814년까지 434년간 존속했다. 연합 왕국이 해체된 이후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거느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가 아닌 노르웨이 총리에게 소유권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 대륙빙하 |
게다가 역사를 좀 더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덴마크-노르웨이 연합 왕국은 양국이 동등한 자격을 가진게 아니었다. 사실상 덴마크가 노르웨이를 통치했다고 보는 게 맞다. 노르웨이는 스칸디나비아 3국 연합인 칼마르 동맹을 통해 스웨덴과 함께 묶여 자치권 상당 부분을 상실한 채 덴마크 왕국의 지배를 받았다. 트럼프가 노르웨이에 덴마크로부터의 피지배 기억을 되살리려 한 의도도 엿보인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지배하며 원주민에 강제 피임을 강요하는 등 인권 침해와 차별 정책을 폈다. 인구 증가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4천여명의 원주민 여성에게 자궁 내 피임장치 삽입 시술을 했다고 한다. 그린란드 주민들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다. 그 후 덴마크 총리가 공식 사과를 했는데도 감정의 골은 남아 있다. 트럼프는 이런 간극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막지 못한다고 덴마크를 공격하고 있다.
[그래픽] 유럽 주요국 그린란드 파병 현황(종합) |
자신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은 것까지 그린란드 통제의 필요성으로 들고 나오는 트럼프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국제사회가 방향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의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경제 부흥을 통한 중간선거 대비와 미중 패권 경쟁에서 확고한 입지 다지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대로 한다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원주민이 살고 있던 대륙에 나타나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알리며 시작된 아메리카의 근대역사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필그림 파더스의 메이플라워호의 상륙으로 정착을 시작해 유럽의 식민지를 거쳐 독립에 성공한 미국에 누군가 "왜 당신들이 아메리카 소유권을 갖고 있나?"라고 물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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