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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원화 약세를 바라보는 韓 정부의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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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국면에도 원화가치 급락
美 재무장관 이례적 구두지지 표명
韓, 환율 급변 경고하며 개입 자체
다니엘 모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다니엘 모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달러화가 약세 흐름에 놓여 있지만 모든 국가가 그 흐름의 수혜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자국 통화인 원화 가치가 오히려 급락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원화 환율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이보다 10년 앞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대처하면서 깊은 상흔이 남았다. 1990년대 후반 정책 현장에 첫발을 내디뎠던 당시의 정책 실무자들은 자본 흐름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상황에 대해 지금도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환율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재 한국 외환 당국은 원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한 조치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원화는 달러 대비 약 7% 하락했는데 이는 아시아 지역 통화 가운데서도 부진한 수준에 속한다. 이 같은 내림세는 엔화 약세 흐름과 비슷하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주요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으며 실제로 일본 정부는 2022년 이후 여러 차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원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구두 지지(verbal support)' 의사를 표명하며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원화가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것이 외환시장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이 지난해 4월 전면적인 관세(sweeping tariffs)를 부과한 이후 미국 자산에 등을 돌린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진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라는 구호만으로는 외환시장 전반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런 단순한 인식은 외환시장에서 작동하는 보다 중요한, 미묘한 차이들(some important nuances)을 가릴 위험이 있다.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원화 가치가 경제의 기초 여건과 비교할 때 상당히 괴리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당국의 의지와 대응 능력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는 정부가 특히 문제 삼아온 환율 급변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당국은 강경한 개입은 피하고 있다. 구두 개입과 함께 연기금에 달러 매도를 유도하고, 대기업집단(재벌·sprawling conglomerates)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 수익을 원화로 환전하도록 장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2024년 10월 이후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 흐름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은 외국인투자자들의 활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려는 정부는 지난주,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 24시간 거래를 허용하고 역외 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시장 편입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현실은 인도네시아·브라질·이집트와 같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들이 포함된 신흥국 그룹과 함께 묶인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의 모습과는 어딘가 어긋난다. 한국은 제도적 기반이 탄탄하고 견고한 민주국가다.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윤 전 대통령은 탄핵되고 파면됐다. 한국은 자동차와 휴대폰, TV 등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품들을 대량 생산하는 국가이며, 인공지능(AI) 붐을 이끄는 반도체까지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채권시장은 지난해 FTSE러셀의 주요 글로벌 채권지수에 편입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한국 외환 당국은 이미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리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개혁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국은 사실상 일정 부분 통제력을 내려놓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여건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 제고를 중시하는 한국은행의 입장과 맞물려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한국이 어느 한 쪽을 정하지 않고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세계화가 가져다주는 이점은 누리면서도, 이에 따르는 비용은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면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방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전임 행정부들이 구축해 온 안보 동맹과 협정의 네트워크를 경멸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지만, 시장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꺼려 왔고 산업 전반에 강력한 규제를 단행해왔다. 이들 국가는 경제 규모가 커 세계화가 초래하는 압력을 당분간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변동성 확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9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이 1997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을 당시 외환시장 거래 규모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시장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원화 약세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제기되고 있다. 원인의 일부는 한국 국민들의 투자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국내 증시가 인상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미국 자산으로 대거 이동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같은 기간 76% 급등했고 지난주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섰다.

1997년 국내 금융시장의 붕괴를 기억하는 이들은 자금을 해외로 옮겨왔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된 젊은 세대는 국내외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워싱턴과의 무역 합의에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한 점도 원화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중요한 전환을 실행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국가들이 점점 더 자유로운 시장에서 등을 돌리는 시점에, 한국은 자국 통화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이는 한국으로서는 의미 있는 선택이다. 부디 실패로 귀결되지 않기를.

다니엘 모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South Korea Is Right to Worry About a Weakening Wo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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