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배달라이더가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패키지 입법에 착수한다.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모든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추정하고 임금체불 등 민사 분쟁에서 사업주가 노동자성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이런 내용이 담긴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명칭을 바꾼 ‘노동절(옛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 입법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권리 밖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공정계약, 적정보수 등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한다. 이와 함께 민사상 분쟁에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노동자추정제’를 추진한다.
노동자 추정제는 노동자가 노동자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현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자 측이 오히려 반증하도록 분쟁 구조를 뒤집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로 용역 계약을 맺은 이가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가 노무제공 사실을 증명하고, 해당 인력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분쟁 범위에는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을 바탕으로 개별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도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특고·플랫폼종사자, 택배기사, 프리랜서 등의 노동자성 인정이 수월해져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특고·플랫폼종사자 등 ‘비임금 노동자’는 2024년 기준 869만명(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자 추정제 도입 시 이른바 ‘가짜 3.3’ 계약의 피해자들이 근로기준법 체계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가짜 3.3 계약이란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자와 유사하게 일하면서도 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3.3%)가 원천징수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다만 ‘가짜3.3’ 계약이 아닌 애시당초 ‘프리랜서’로 계약한 이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본인의 근로자성을 주장하며 민사소송에 나서는 노동자 추정제 악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자 추정제를 악용할 경우 사용자는 이들과의 계약 관계와 출퇴근 기록 등을 증거로 일일이 이들이 프리랜서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법적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분쟁 범위에 개별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도 포함돼 퇴직금과 연차수당, 가산수당 등 각종 금전 청구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애초에 프리랜서 계약을 한 경우 사용자가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게 당연한 만큼 억울한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탓에 기업이 인력 활용에 방어적으로 변하면서 관련 일자리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업종에서 모두 이런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특히 프리랜서·외주 인력 활용 비중이 높은 플랫폼, 콘텐츠, IT 업계에서는 과거 계약 관계가 사후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해당 제도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C 테스트’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등 여러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과도하게 부과한 탓에 제도가 정착되지 못했다. 스페인에서는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후 일부 글로벌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다.
단, 노동자 추정제는 형사처벌 규정에는 적용되지 않고 민사 분쟁에 한정된다. 임금 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등 형사 사건에선 기존과 같이 국가가 위법 여부와 근로자성을 입증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다만 법 개정 이후에는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게 노무제공자의 노동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거부할 경우 사용자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 자체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장소의 구속성, 보수 지급 방식, 전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현행 법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판단 기준을 법에 명시하지 않고 추정과 반증 구조를 통해 적용하는 만큼, 제도 시행 초기에는 유사한 계약 형태라도 판단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함께 추진되는 ‘일하는 사람 권리에 관한 기본법’은 근로자성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를 받고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기본적 인권, 경제적 권리, 사회보장적 권리 등 8가지 권리를 명시한 법이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사용자에게는 기존보다 명확한 계약·관리 책임이 부과된다.
법이 시행되면 사용자는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서면 계약서를 작성·교부해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 해지나 계약 조건 변경도 제한받게 된다. 보수 지급 기준과 계약 내용의 투명성 확보 역시 사용자 의무로 규정된다. 프리랜서나 특고·플랫폼 종사자라 하더라도 계약 해지나 보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한 조정 절차를 거칠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