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룡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 사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
현대제철이 업계 불황 속에서도 주요 철강기업의 입지를 재확인하며 자금 조달 흥행에 성공했다. ‘철강 전문가’ 이보룡 신임 사장 체제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만큼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 중 총 5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만기별로는 2년물 1000억원, 3년물 3000억원, 5년물 1000억원으로 구성해 만기 구조를 분산했다. 조달 자금은 채무 상환에 활용된다.
당초 현대제철은 회사채 발행 목표를 2500억원 정도로 산정했지만, 연초 효과 등에 따라 지난 15일 마감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약 4배에 달하는 총 9750억원의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증액 발행하게 됐다.
업황 부진 속에서도 차입금 의존도를 30%대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며 신용등급 AA를 유지한 점이 고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차입금은 10조31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0조4493억원) 대비 4% 감소했다.
이는 이보룡 신임 사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보룡 사장은 이달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 첫 공식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는 취임 소감으로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정부와 맞춰서 철강업계가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이 사장을 선임한 목적은 분명하다. 이 사장은 현대제철에서 생산기술센터장, 연구개발본부장, 판재사업본부장, 생산본부장 등 철강업은 물론, 신사업 R&D 관련 직책을 두루 역임하며 ‘30년 철강 전문가’로 불려 왔다.
그는 철강업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본원의 경쟁력을 제고하면서도 수소환원제철 등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회사가 그룹과 함께 58억달러를 들여 미국 루이지아내주에 짓고 있는 전기로 제철소(연산 270만톤 규모) 건설 사업을 현실화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업황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기술 경쟁까지 한층 격화되고 있어서다. 중국은 지난해 3월 감산 정책을 시행하고 설비 및 가동률을 감축하겠다 밝혔지만, 지난해 1~11월 중국의 철강 수출 누계는 약 1억777만톤으로 전년 대비 오히려 6.7% 증가해 정책이 실제 효과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1위 철강사 바오우를 비롯해 안강 등 중국 6대 철강사 모두 신년사를 통해 ‘더 이상 저가 물량 공세가 아닌 인공지능(AI) 기반의 탄소중립 기술을 토대로 프리미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대비 자본 규모가 월등히 큰 중국 기업들과 기술 경쟁까지 이어가야 하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경우, 신용등급 등의 영향에 따라 향후 자금 조달 부담이 더욱 커져 시장 신뢰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성공적으로 조달한 자금을 토대로 실적 회복 및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진 않다는 것이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현대제철은) 주력 제품의 시장지배력이 우수하고,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에 기반한 우수한 재무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철강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된 가운데, 하반기부터 미국발 관세 위험이 표면화되면서 당분간 실적 개선여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제약된 여건에서 미국 전기로 제철소 지분투자가 본격화됨에 따라 자금부담이 높아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안정화 및 감산에 따른 운전자금 경감, 경상투자 최소화 등을 바탕으로 외부 차입을 최소화함으로써 현 수준의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도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