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사진=UPI·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가별 관세(상호관세)를 무효화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다른 형태의 관세를 도입하며 무역 압박 기조를 이어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대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관세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5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관세와 관련해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대통령이 지목해온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세를 복원하는 일을 "바로 그다음 날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참모진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목표 달성을 위한 "많은 다양한 옵션들"을 이미 제시했다며 상호관세가 무효화되더라도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대체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어 대표는 대법원이 현재 심리 중인 사건에서 정부에 유리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무역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관세를 (수단으로)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무역 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각국에 국가별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된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 부과는 의회 권한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 2심 재판부는 IEEPA를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현재 대법원은 3심을 진행 중이다. NYT는 대법원의 판결이 수주 내에 나올 수 있다며, 이르면 20일에도 최종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어 대표는 설령 대법원이 행정부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대통령이 다른 관세 관련 법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했던 무역법 301조를 비롯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232조, 국제수지 문제와 관련된 122조, 차별적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338조 등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관세를 위협하면서 오히려 법적 입지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조사와 보고, 명확한 경제·안보적 근거를 요구하는 기존 관세법 체계상 대통령이 전방위적 관세 압박을 지속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의 스티븐 블라덱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IEEPA에 대한 새롭고 비문법적인 해석을 대법원에 지지하도록 설득하려는 와중에 같은 법률을 더욱 새롭게 활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에게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각종 관세로 인한 비용의 96%가 미국 수입업체 및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식료품 등 생필품 물가 상승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관세를 지정학적·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온 만큼,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관세 중심의 무역 정책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넬대 경제학과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불리한 판결이 전술에 일부 제약을 줄 수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핵심 수단으로 삼는 기존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주경제=이은별 기자 sta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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