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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6년 만에 다보스 참석...역대 최대 규모 행사에 어떤 대화 오갈까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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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여 지구촌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19일(현지시각)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56회를 맞이한 이번 총회는 ‘대화의 정신’을 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행사장 주변 기류는 주제와 상반된 긴장감이 감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막 이틀 전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미국과 유럽 사이 통상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지난 80년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지탱한 전후 자유주의 질서, 이른바 ‘대서양 동맹’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를 앞둔 거리. /연합뉴스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를 앞둔 거리. /연합뉴스



이번 총회는 참석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정치인, 기업인, 국제기구 대표 등 약 3000명이 집결했다. AP에 따르면 주요 7개국 중 6개 나라 수반을 포함해 국가 정상급 인사만 65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이후 6년 만에 다보스 현장을 직접 찾았다.

미국은 올해 대통령 뿐 아니라 국무·재무·상무·에너지 장관을 망라한 역대 최대 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특히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을 수행단에 포함해 미국이 펼치려는 정책적 의지를 뒷받침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1일 특별 연설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와 인공지능(AI) 패권 강화,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가능성 등을 언급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미국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린란드 영유권 확보 의지는 이번 포럼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럽 내부에서도 대응 방식은 엇갈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일단 대화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제안하며 강경한 보복을 예고했다. 덴마크 정부는 주권 침해에 항의하며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다음 날인 22일 별도 정상회의를 열어 공동 대응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스캇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미국 하원 밖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캇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미국 하원 밖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포럼에는 미국 테크 기업과 에너지 기업 경영진도 대거 참석해 ‘미국 중심 경제 질서’ 재편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대표단에 합류했다. 이와 더불어 엑손모빌, 셸 등 그간 기후변화 의제를 불편해하며 다보스를 멀리했던 거대 석유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간 WEF가 공들여온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지정학적 위기도 이번 다보스 회의 주요 과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교착 상태인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우방국들을 설득 중이다. 러시아 측에서도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참석해 미국 대표단과 장외 접촉을 가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격랑에 휘말린 중동 정세 역시 이번 포럼에서 간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WEF 측은 시위 유혈 진압을 이유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초청을 취소했다. 이란에서는 현재 통화 가치 폭락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포럼을 앞두고 “이란이 민주적 국가가 된다면 지역 안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시위에서 시위대가 일론 머스크(가운데)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 마스크를 쓰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시위에서 시위대가 일론 머스크(가운데)와 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 마스크를 쓰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다보스포럼이 지난 80년 전후 질서가 생존할지, 아니면 새로운 각자도생 시대로 진입할지를 결정할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BBC 경제 에디터 파이살 이슬람은 “전 세계적 혼란이 이번 다보스포럼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전했다.

다보스포럼 자체를 향한 시선도 예전만큼 따뜻하지 않다. 1971년 클라우스 슈바프 전 회장이 설립한 이 기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성장했다. 주주 이익뿐 아니라 노동자, 사회 전체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아동 백신 보급을 위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출범이나 빈곤 퇴치 운동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슈바프 전 회장이 성추문 등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하며 조직 권위는 크게 실추됐다. 부유한 엘리트들이 모여 실효성 없는 말잔치만 벌인다는 ‘다보스 맨’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스위스 사회민주당 청년조직 대표 미리암 호슈테트만은 AP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전쟁 선동가들과 그로 인해 이윤을 챙기는 이들에게 아첨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며 “WEF는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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