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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밖 노동자’ 품는다…일하는사람 기본법·근로자 추정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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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 선언하는 일하는사람권리기본법
근로기준법 분쟁 시 우선 근로자로 추정…사용자가 반증해야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사거리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사거리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정부가 최대 870만명에 달하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에 나선다. 민사 분쟁에서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했다면 우선 노동자로 보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된다. 또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선언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하는사람법)도 제정한다. 사각지대에 놓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진전이지만, 법적 ‘근로자’ 정의의 확대나 후속 입법 없이는 선언전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국회와 협의해 오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통과시키겠다고 20일 밝혔다. 김태선,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일하는사람법 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노동법·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는 최대 869만명(2024년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자)에 달한다.

근로자성 입증 책임 사업자에게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배달 라이더나 학습지 교사처럼 전통적인 정의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법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연차휴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 체불 문제로 노동청 진정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근로자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아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자 추정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근로기준법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노동자를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사용자가 반증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고·플랫폼종사자, 택배기사, 프리랜서 등의 노동자성 인정이 수월해져,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을 쉽게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입증 책임 전화는 민사 소송에 국한되고 분쟁마다 별도 판단을 받아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자는 노무 정보를 가졌기 때문에 반증 책임을 지워 정보 불균형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민사로 국한한 것은) 노동청 진정 사건은 근로감독관이, 형사 사건은 검찰이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구조라 입증 책임이 수사기관에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대신 노동청 단계에서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게 계약서·출퇴근 기록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방노동청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근로자성 판단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근로감독관이 필요할 경우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대한 자료 요청 권한도 지방청으로 확대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 선언


일하는사람법은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국가의 책무로 권리 보장을 명시한 ‘노동권리장전’ 성격의 법이다. 법안은 누구든지 일하는 사람에게 성희롱·괴롭힘을 해서는 안 되며, 사업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또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국가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사용을 권장하도록 했다.

노동부 장관에게 일하는 사람 지원 및 보호를 위해 법·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지원 계획 수립 의무를 부여했다. 또 사업주가 이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 행사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취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게 했다. 향후 관련 법률을 제·개정할 때는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 ‘가이드라인’적 성격을 담았다.

그러나 이 법은 개별 노동관계법에 대한 우선 적용 효력이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일하는사람법 취지에 맞지 않는 개별법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추후 개정을 통해 보완해나갈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권리 보장은 결국 개별법 개정이 뒤따라야 하는 셈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최소 4~5개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타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선언적 기본법으로 머물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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