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은 기자(mondeair@naver.com)]
해외농업 정책융자금 2009년~2024년 2137억 투입 '헛돈' 지적
지원 사업 절반 중도 포기… 나머지도 농산물 반입 등 실적 미비
한국농어촌공사가 해외 농업자원 확보와 식량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운용해 온 해외농업 정책융자금이 지난 15년간 2000억 원 넘게 투입되고도 사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승인 목적에 맞게 자금이 사용됐는지에 대한 점검과 제재 시스템이 느슨하게 운영되면서, 정책자금 관리 전반에 구조적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해외농업 정책융자금은 2009년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을 근거로 도입됐다. 민간기업의 해외 농업개발을 지원해 안정적인 농업자원 확보와 국제협력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식량안보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재원은 ‘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 따른 농지관리기금으로, 해외농업개발 사업에 보조·융자·투자 형태로 지원되는 명백한 공공 재정이다.
그러나 2009년 제도 시행 후 2024년 말까지 15년 간의 성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농업 정책융자금은 해당 기간 동안 약 50개 기업에 총 2137억 원이 융자됐다. 하지만 절반가량은 사업을 중단했고, 나머지 기업들 역시 국내 농산물 반입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2019년 집행된 예산의 53%가 대기업·중견기업에 집중됐고, 중소 농업기업의 지원 비중은 10~15% 수준에 그쳐 정책 취지가 훼손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의 핵심 원인으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요구해 온 ‘105% 담보’ 조건이 꼽힌다.
예금·부동산·지급보증 등 대출금의 105%에 달하는 담보를 요구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농업 벤처나 중소기업에는 사실상 접근 자체가 어려운 제도로 작동해 왔고, 결과적으로 정책융자금이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농업 지원’ 수단이 아니라, 자금력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안전한 대출’ 중심으로 운용돼 왔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자금 집행 이후의 관리 감독 기능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해외농업 정책융자금은 형식상 대출이지만, 연 1.5~2%의 저리 금리,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경우에 따라 원금 상환 면제까지 가능한 구조로 실질적으로는 보조금에 준하는 공적 재정 성격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농어촌공사는 사후 점검과 제재보다는 회수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도화엔지니어링이 운영 중인 키르기스스탄 스마트팜 온실 단지(총 1만5000평) 가운데, 약 1만 평 규모가 가동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모습 |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최근 ㈜도화엔지니어링(이하 도화)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도화는 키르기스스탄 스마트팜 2차 사업을 명목으로 정책융자금 30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실제로는 신규 온실을 짓지 않은 채 기존 시설 개량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24년 11월 말 도화가 제출한 공문을 통해 정책융자금이 승인된 사업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공사는 즉각적인 제재나 재심의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고, 지난해 6월 말 뒤늦게 실시한 현장 점검 이후에도 도화가 제출한 정산보고서를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스마트팜 운영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공사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르기스스탄 현지 농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음에도, 공사 측은 추가적인 검증보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국농어촌공사는 상위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을 이유로, 도화의 부적정 집행액에 대해 전액 환수가 아닌 부분 환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인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 정책자금에 대해 사실상 환수 조치만으로 사안을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책자금의 집행과 관리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해외농업 정책융자금은 애초 취지와 달리 ‘느슨한 집행’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수천억 원의 공공재정이 투입된 해외농업개발 정책의 공정성과 실효성, 그리고 관리·감독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영은 기자(mondea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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