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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에게 달구지 맡긴 격”…김정은, 공장시찰서 부총리 해임

조선비즈 염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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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현대화대상 준공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9일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현대화대상 준공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9일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간산업 설비 생산 공장의 현대화 준공식 현장에서 내각 간부들의 무책임성을 강하게 질타하고, 해당 사업을 맡았던 내각 부총리를 즉각 해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함경남도 함흥시에 위치한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현대화 대상 준공식이 전날 열렸으며, 김 위원장이 직접 연설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업의 성과가 설비 현대화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난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보신주의에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첫 공정부터 방향이 어긋났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계공업 부문을 담당한 내각 부총리 양승호를 공개적으로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위치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새 정부 구성 시 다른 인물을 등용할 것을 총리에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발로 나갈 수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제 발로 나가라”며 현장에서 양 부총리의 해임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양 부총리가 반당 행위를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바르지 못한 언동으로 당중앙을 우롱하려 했다”고 강한 표현으로 비난했다.

또 “염소에게 달구지를 메워놓은 격”이라며,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혀 놓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양승호는 기계공업 부문을 총괄해온 고위 관료로,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과 기계공업상을 지냈고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오른 인물이다. 이런 인사를 공개 석상에서 해임한 것은 내각 전반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본보기성 조치’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현대화 사업을 사실상 방치했다며, 김덕훈 전 내각 총리와 정책 지도 책임 간부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제8기 13차 당 전원회의 이후 공식 활동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김 전 총리가 고강도 문책을 받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리모델링) 현대화 대상 준공식이 1월19일 진행됐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였다"고 보도했다./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리모델링) 현대화 대상 준공식이 1월19일 진행됐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였다"고 보도했다./뉴스1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사업이 차질을 빚은 경위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현대화가 ‘마구잡이식’, ‘눈속임식’으로 진행되자 당 중앙이 군수공업 부문 전문가 그룹을 투입해 전면 점검에 나섰고, 시정해야 할 문제가 60여 건이나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각 책임 간부들은 비판을 받은 뒤에도 책임을 군수공업 부문으로 떠넘기는 등 ‘몸사리기’에 급급했다고 김 위원장은 질타했다.

그는 “지금 행정 간부 대열에는 문제가 많다”며 간부 등용 체계 전반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극심한 무책임성과 보신주의, 건달풍을 결정적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며, 당 결정을 집행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안위만 챙기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기업소의 추가 현대화 목표와 함께, 기계공업 부문 전반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과업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룡성기계연합기업소는 북한에서 ‘어머니 공장’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기계 제작 업체로, 주요 광산과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에 설비를 공급해왔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경제 현장을 돌며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노동당 9차 대회를 앞두고,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을 상대로 한 ‘기강 잡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대회와 이후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염현아 기자(y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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