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스만제국사' |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역사전문 출판사 '책과함께'가 캐럴라인 핑클의 '오스만제국사'를 번역 출간했다. 책은 오스만제국의 탄생부터 튀르키예공화국 수립 이후까지 600년 넘는 역사를 오스만 내부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오스만제국은 서아시아·동유럽·북아프리카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600년 넘게 지배했다. 그럼에도 서구 역사학자들은 오스만 제국은 종종 '유럽의 병자'라는 단순한 이미지로 축소됐다.
캐럴라인 핑클은 이 책에서 그런 도식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제국은 흥했다가 쇠락해 사라진 단선적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적응하며 자신을 재구성한 정치·사회적 실체였다는 점을 방대한 사료로 입증한다.
책을 펼치면 오스만제국의 건국 신화인 '오스만의 꿈'에서 출발한다. 성자의 가슴에서 떠오른 달이 오스만의 가슴으로 들어가 나무가 되고, 그 그늘이 세계를 덮는다는 전설은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의 언어였다.
저자는 몽골 침입 이후 아나톨리아의 혼란 속에서 오스만 공국이 부상한 과정을 추적하며, 1300년 전후의 작은 변경 세력이 어떻게 제국의 비전을 획득했는지를 설명한다. 1402년 앙카라 전투 패배 이후의 위기와 재기는, 제국이 이미 초기부터 위기관리의 경험을 축적해 왔음을 보여준다.
제국의 확장은 정복보다 제도화의 측면으로 접근한다. 메흐메드 2세의 콘스탄티노플 정복은 단순한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오스만이 자신을 세계 왕국으로 정의하는 계기였다. 이어지는 쉴레이만 1세 시대는 흔히 '황금기'로 불리지만, 저자는 이 시기를 법률 체계인 카눈의 정비, 행정 조직의 안정화라는 구조적 변화의 시기로 읽는다.
17세기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다뤄진다. 기존 역사서가 이 시기를 쇠퇴의 시작으로 규정해온 데 반해, 저자는 '변화와 적응의 시기'로 재해석한다. 어린 술탄의 즉위로 생긴 권력 공백을 하렘의 여성과 대신들이 메우는 이른바 '여성 술탄국'은 혼란이 아니라 새로운 통치 방식의 실험이었다.
쾨프륄뤼 가문의 개혁과 1683년 2차 빈 포위 실패, 1699년 카를로비츠 조약은은 제국이 유럽 국제 질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조정해야 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오스만제국은 18세기와 19세기에 근대화와 마주한다. '튤립 시대'의 문화적 개방은 단순한 사치의 상징이 아니라, 외부 문화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의 표현이었다. 셀림 3세의 '신체제' 군사 개혁과 마흐무드 2세의 예니체리 폐지는 제국이 스스로의 제도를 해체하면서까지 생존을 모색했음을 보여준다.
책의 후반부는 제국의 종말과 공화국의 탄생을 연속선상에서 다룬다. 압뒬하미드 2세의 범이슬람주의, 청년튀르크당 혁명, 1차 세계대전 참전과 패배는 제국이 선택할 수 있었던 여러 경로를 보여준다.
저자가 서술 범위를 1923년이 아니라 1927년까지 확장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대연설 '누투크'는 제국의 과거를 단절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그 유산 위에서 공화국을 정당화하는 텍스트였다. 저자는 이를 통해 제국과 공화국 사이의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역사를 흥미 위주로 소비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하렘은 음란한 공간이 아니라 왕조 재생산과 권력 중재의 장이었다.
오스만제국이 600년간 지속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적응, 재편, 타협, 그리고 때로는 실패가 중첩되며 제국의 시간을 만들었다. '오스만제국사'는 그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오늘날 튀르키예와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는 역사적 토대를 제공한다.
△ 오스만제국사/ 캐럴라인 핑클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6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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