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연초부터 가격 인상에 나서며 ‘샤넬백 2000만원’ 시대가 열렸다. 샤넬코리아는 지난 13일 가방 등 국내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7% 안팎 인상했다. 대표 가방인 ‘클래식 맥시 핸드백’의 경우 가격이 기존(1892만원) 대비 7.5% 오른 2033만원으로 책정되며 샤넬 가방 중 처음 2000만원을 넘겼다. 새해 벽두부터 명품 업계에 ‘가격 인상 도미노’가 덮치고 있다. 롤렉스·반클리프 아펠·에르메스·디올 등이 이미 이달 국내 제품 가격을 올렸고, 부첼라티·티파니앤코 등도 내달까지 이 행렬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업체들이 명품의 인기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유독 가격을 더 올리며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명품 업계는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 소비의 30% 안팎을 담당했던 중국인들이 경기 침체에 지갑을 닫으면서 고전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가격을 올려도 더 판매되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업체들은 “환율에 따라 각국 제품의 가격 차이를 수시로 조정하며,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추세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초를 시작으로 연중 내내 수시로 ‘기습 인상’을 단행하고, 해외보다 더 높은 폭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美·佛서 60%, 韓서 100% 인상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불황에도 명품을 사려는 수요가 지속되며 작년 국내 백화점 매출이 선방할 수 있었다. /박성원 기자 |
명품 업체들이 명품의 인기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유독 가격을 더 올리며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명품 업계는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 소비의 30% 안팎을 담당했던 중국인들이 경기 침체에 지갑을 닫으면서 고전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가격을 올려도 더 판매되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업체들은 “환율에 따라 각국 제품의 가격 차이를 수시로 조정하며,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추세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초를 시작으로 연중 내내 수시로 ‘기습 인상’을 단행하고, 해외보다 더 높은 폭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美·佛서 60%, 韓서 100% 인상
샤넬이 이달 가격을 2033만원으로 책정한 ‘클래식 맥시 핸드백’은 지난 5년 새 가격이 100% 올랐다. 2020년 말 1014만원으로 인상되며 샤넬 가방 중 처음 1000만원을 넘어선 제품인데, 불과 5년 새 가격이 두 배가 된 것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인상률이다. 샤넬 공식 홈페이지와 각국 외신 등을 종합할 때, 이 가방의 한국 가격 인상률(100%)은 지난 5년 새 프랑스·미국·중국에서 가격 인상률을 크게 웃돌았다. 프랑스에선 2021년 1월 7100유로에서 이달 1만1700유로로 가격이 65% 올랐고, 같은 기간 미국에선 60%, 중국에선 68% 올랐다.
샤넬은 작년 국내에서 다섯 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1월 가방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3월·6월·9월·11월 등에 걸쳐 가방·주얼리·코스메틱 등 제품 가격을 올렸다. 샤넬뿐 아니다. 에르메스는 지난 5일 가방과 액세서리 일부 품목의 판매 가격을 3~5% 안팎 인상했다. 대표 가방 중 하나인 ‘피코탄’의 가격은 기존 517만원에서 545만원으로 5.4% 올랐다. 에르메스는 작년에도 1월과 6월에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금·가죽 같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원화 가치 하락 등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명품 업계가 높은 가격에도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겨냥해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지역 간 존재할 수 있는 현저한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조화로운 가격 정책’을 전 세계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샤넬은 각국의 유로 환율을 기반으로 가격을 조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 등 해외 유통 업체들이 최근의 환율 등을 이유로 한국 판매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5년 새 가격을 두 배로 높인 사례는 흔치 않다”고 했다.
◇글로벌 명품 업계의 VIP인가 호구인가
명품 업계에선 한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명품 업체들의 ‘VIP’인 동시에 ‘호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불황 속에서도 국내 백화점 매출이 선방한 것은 명품 덕분이다. 작년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재작년 대비 15% 급증했다. 2년 전(5%) 대비 신장률이 세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작년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12.9%로, 전체 매출 신장률(6.2%)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명품 매출 신장률이 12.5%로, 2023년(5.8%)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 덕분에 명품 업체들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샤넬(1조8446억원), 루이비통(1조7484억원), 에르메스(9643억원) 한국법인의 2024년 매출은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이는 주요 명품 소비자인 중국인들이 경기 침체로 지갑을 닫고, 불확실성 속 명품 소비가 움츠러드는 글로벌 상황과 반대다. 샤넬은 2024년 글로벌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5%, 영업이익은 30% 줄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이후 4년만에 처음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것이었다.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도 2024년 글로벌 매출이 전년 대비 2% 줄었다.
명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가격 저항선’이 무너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을 올리는 일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명품을 사두면 금처럼 가격이 오른다”거나 “명품은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지면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업계가 가방과 주얼리 등 가격이 올라도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해, 점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해마다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영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