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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단계 관세 조치 앞두고 한국 반도체 업계 투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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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건 기자]
[사진: SK하이닉스]

[사진: SK하이닉스]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미국 반도체 관세 2단계 조치를 앞두고 한국 기업의 투자 압박이 커지고 있다. 대만이 660조원 투자로 관세 면제를 확약받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백조원 단위 추가 투자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기업으로는서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관세 면제 조건의 구체화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단계 반도체 품목관세가 미국 현지시각 15일부터 발효됐다. 주요 대상은 첨단 컴퓨팅 칩에 한정해 엔비디아와 AMD의 AI 반도체 칩이다. 워싱턴 정가와 주요 싱크탱크에서는 메모리 반도체가 포함될 2단계부터가 진짜 전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팩트시트에 명시된 '관세 상쇄 프로그램'이 핵심 변수로, 미국 내 제조시설 투자 시 관세를 면제한다는 명분 아래 동맹국 기업에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7일 귀국 후 "우리 기업이 주로 수출하는 메모리칩은 제외돼 있어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단계 조치가 언제, 어떤 형태로 확대될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반도체 및 파생 제품 수입에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2단계 조치를 예고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6일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든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지목했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지난해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할 당시 반도체 부문에 대해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한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2단계 조치의 관세 범위와 대미 투자 연계 관세 면제 조건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만 모델 적용이다. 대만은 최근 TSMC 등과 함께 5000억달러(약 660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미국 상무부와 합의하고 관세 면제를 확약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가운데 직접 투자는 2500억달러, 신용보증 및 공급망 지원이 2500억달러 규모다. 반대급부로 대만산 수입품 관세율은 기존 20~32%에서 15%로 인하됐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속한 투자액은 대만 모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입해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 측 논리대로라면 100% 관세를 피하고 대만 수준의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조원 단위의 추가 투자 계획을 2단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안보 기여도에 따른 선별적 면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 국방 및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전략 물자와 범용 디램(DRAM)을 구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CSIS는 미국은 중국산 범용 칩의 저가 공세에는 관세 장벽을 높여야 하지만, AI 패권 유지에 필수적인 HBM 등은 관세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동맹국인 한국으로부터의 안정적 수급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첨단 칩은 무관세로 판매할 수 있지만, 물량 비중이 큰 범용 칩에서 마이크론 대비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

◆미국 러트닉 상무 "100% 관세 아니면 미국 공장"...투자 인정 범위가 관건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역풍으로 인한 속도 조절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반도체에 부과 시 미국 GDP 성장률 둔화 및 기술 제품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모든 전자기기의 필수재이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서버 구축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세 부과가 유예되거나 투자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심 변수는 투자 인정 범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R&D 센터 이전, 미국 대학과의 파트너십, 현지 인력 채용 규모까지 관세 면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네는 한국 반도체 설계 및 공정 노하우까지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추가 투자에 나서기에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가 지난해 34조원, 올해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7조원에 이어 올해 34조원으로 투자액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생산 확대를 위해 약 19조원 규모의 청주 P&T7 시설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내 설비투자를 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파운드리로 라인 구축이 진척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2공장 부지를 메모리 라인으로 바꾸기에는 현지 인력의 숙련도,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2단계 관세 범위와 투자 규모에 따른 면제 조건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만 모델이 그대로 적용될지, 선별적 면제가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 요구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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