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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談한 만남] NBA 이사 출신이 바라보는 韓 농구,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이현중·박지현, 미국 진출 가능성 충분...현실로 만들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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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농구를 좋아하던 평범한 유학생의 인생, 대학교 첫 여름방학의 전화 한 통으로 달라졌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인턴을 하던 친구의 전화였다. 한국에서 이틀 뒤 행사가 있다며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다. 답변은 아주 짧았다. “일단 끊어. 나 무조건 갈게.” 단숨에 한국행 비행기를 끊기엔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회에 부모님을 잡고 설득했다. “가면 300% 이상 하고 올 수 있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 뒤 한국으로 향했다.

화려한 무대를 상상했다. 행사 이름은 NBA 매드니스 투어. 조던 파머(당시 LA레이커스·은퇴)를 비롯해 댈러스 매버릭스의 치어리더단 등이 참석했다.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배당된 일은 조금 허무했다. 통역 겸 진행요원이었다. 문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마스코트의 통역이었다는 것. 몸에 힘이 살짝 빠졌다.

그때 다급하게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수 통역이 무대 공포증으로 도망갔다며 일을 대신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또 한 번 찾아온 기회, 패기 있게 “할 수 있다”고 외쳤다. 행사 마지막까지 파머의 통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빠르게 뛰는 심장과 함께, 농구를 위해 일 하겠다는 다짐은 더 굳건해졌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NBA와 연을 이어간 그는 결국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인정받으며 국제농구운영부서 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NBA서 보낸 14년을 뒤로 하고,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머리엔 희끗 흰머리가 나고 농구를 직접 하기엔 무릎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됐지만, 열정은 그대로다. 대학 첫 여름방학 때처럼 다시 도전의 길을 걷는다. 스포츠에이전시이자 컨설팅 회사 ‘에픽스포츠’를 설립한 김병욱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도망가셨던 통역 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20대 시작점의 도전

한국에서 처음 닿은 NBA와의 연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매년 NBA 행사가 있으면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마다치 않고 뛰어들었다. 그렇게 겹겹이 쌓인 페이지는 이력서가 됐고, 추천서가 됐다. 결국 NBA의 일원이 됐다. NBA 글로벌 게임, 국경 없는 농구 캠프(BWB), NBA 아카데미, 각종 아시아 행사 등을 책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시간은 2020년, 전 세계가 멈춰 섰던 순간이다.

NB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중단됐던 2019~2020시즌을 미국 플로리다 올랜드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 재개했다.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가량 진행했다. 이곳에서 1400명이 넘는 NBA 선수, 코치, 직원들이 모여 리그를 치르고 생활했다. 175경기를 치르는 동안 코로나 19 확진자는 ‘0’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버블에 들어간 6번째 직원이었다. 그는 “정말 치열하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버블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선수들보다 3주 일찍 들어가 선수들이 훈련할 연습 경기장부터 메인 경기장, 생활 환경 모든 것을 세팅했다. 100일간 지내면서 선수들과 매일 부대끼며 살았다”며 “전 세계가 멈춘 상황에 텅 빈 디즈니 월드에 들어가 시즌을 치렀다는 건 꿈 같은 일”이라고 회상했다.

사진=최서진 기자

사진=최서진 기자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일하는 만큼, 주위엔 슈퍼스타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우상 중의 우상을 만난 일은 아직도 선명하다. 마이클 조던의 50번째 생일을 맞는 2013년이었다. 딱 200명만 갈 수 있는 한정된 파티에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NBA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김 대표는 에릭 스폴스트라 현 마이애미 감독, 그 지인들과 함께 참석했다. 조던은 김 대표 뒤쪽에 있었지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경호원만 18명, 조던이 손짓하는 사람만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조던과 마주했다.

김 대표는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유명한 선수뿐만 아니라 비욘세도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면서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며 “브라이언트와 조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론 하퍼가 조던에게 우리를 소개해주겠다며 데리고갔다. 하퍼가 조던을 툭 치면서 자신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나는 조던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미소 지었다.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30대 끝자락의 도전

꿈같은 시간 속에서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년에 적으면 180일, 많으면 250일 가까이 출장을 떠났다. 떨어져 있는 가족들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또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정을 불태웠고 인정도 받았다. 미련이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만류에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곤 한국으로 돌아와 2024년 에픽스포츠를 설립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에픽스포츠는 농구 전문 스포츠에이전시이자 컨설팅 회사다. 김 대표는 “처음엔 전지훈련 등 컨설팅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일이 늘어나면서 회사도 커졌다. 여러 리그 운영을 돕기도 했고, 현재는 NBA 한국 컨설팅도 맡고 있다”며 “이현중, 박지현 선수의 매니지먼트도 하고 있다. 해외 무대에 뜻이 있는 선수들과 더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에픽스포츠 SNS 캡처

사진=에픽스포츠 SNS 캡처


이현중, 박지현도 NBA서 시작된 인연이다. 김 대표가 NBA서 근무하던 2017년 둘은 국경 없는 농구 캠프에 참가했다. 돌고 돌아 둘은 해외 진출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 에픽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이현중은 현재 일본 B리그의 나가사키 벨카에서 뛰고 있다. 평균 17.2점 6.1리바운드로 맹활약하고 있다. 3점슛은 경기당 3.3개, 성공률 46.9%는 리그 2위 수준이다. 앞서 미국 데이비슨대를 졸업했고, 2022 NBA 드래프트서 낙방했으나 G리그와 호주 리그 등에서 뛴 바 있다.


세계 최고 리그 진출,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 대표는 “(이)현중이가 NBA에 갈 수 있다고 본다. 현중이에게 관심 갖는 팀도 많다. 일본에서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고, 한번 보고 싶다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한국 대표팀이 중국을 이긴 영향도 컸다”며 “이제 그 관심이 현실이 되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에픽스포츠는 지난달 ‘이현중 팬 투어’를 진행했다. 40석은 금방 매진됐다. 팬들은 나가사키 주말 2연전을 관전하고 팬미팅을 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김 대표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현중이가 알고 있지만, 직접 만나 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게임도 하고, 질문도 하면서 현중이와 팬들이 가까워졌다. 그 시간을 보낸 뒤 현중이가 ‘이런 부분이 자기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고, 더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발판인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 미소 지었다.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김병욱 에픽스포츠 대표. 사진=김용학 기자


박지현의 미국행 가능성도 충분하다. 2024년 해외 진출에 도전하며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등 다양한 리그에서 뛰었다. 지난달까진 뉴질랜드 리그 토코마나와에서 뛰며 12경기 평균 32분 13.7점 6.3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국경 없는 캠프 때 지현이를 보고 감독, 코치들이 ‘당장 미국에서 뛰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당시엔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달만 하고 넘어갔다”며 “이후 지현이가 해외 리그를 뛰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 현재도 지현이를 운동시켜보고 싶다는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팀이 여럿 있다. 정말 갈 수 있도록 계기를 열심히 만들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구에서 물음표가 생기면 찾는 곳, 에픽스포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대표는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의 완벽한 조력자 역할을 해내고 싶다. 또 해외에서 뛰어도 충분한 실력을 가진 한국 선수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선수뿐만 아니라 해외 코치나 선수 관련 문의도 종종 들어온다. 종합적으로 한국 농구를 넘어 조언을 구하고자 할 때, 그 자리에 에픽스포츠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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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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