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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부탁” 윤어게인 동원?…22대 국회 첫 차별금지법 발의[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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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사실들) : 차별당한 사람 구제하는 차별금지법
선(맥락들) : 지역→고용→성적 지향, 달라진 쟁점
면(관점들) : “혐오를 방치한 결과, 민주주의 훼손”
‘윤어게인’을 표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 손솔 진보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윤어게인’을 표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 손솔 진보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제정신입니까? 차별도 자유입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도 자유입니다. 저는 남들과 차별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차별은 아름답습니다.”(차별금지법 반대, 손모씨)

“저는 개신교인이고, 차별금지법에 찬성합니다. 제가 믿는 신은 차별과 혐오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셨습니다.”(차별금지법 찬성, 오모씨)

18년을 이어온 논쟁의 불씨, 차별금지법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습니다. 국회 입법예고 의견 게시판은 어제(19일)까지 2만건이 넘는 찬반 의견으로 불타고 있는데요. 법안을 발의한 손솔 진보당 의원에 따르면 ‘윤어게인’을 표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는 반대 의견을 부탁하고 호응하는 대화가 오가고 있습니다. 어떤 법이길래 그럴까요?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 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손솔 진보당 의원. 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점(사실들): 차별당한 사람 구제하는 차별금지법


22대 국회 첫 차별금지법은 지난 9일 손솔 의원이 대표발의했습니다. 법안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한 헌법을 구체화했는데요. 차별의 의미를 규정하고,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과 차별당했을 때 구제·회복 등을 담았습니다. 손 의원은 점선면과 통화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혐오와 극우 정치가 차별금지법의 부재 속에서 발현했다고 본다”며 제정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선(맥락들): 지역→고용→성적 지향, 달라진 쟁점


차별금지법은 1997년 당시 제1야당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화두로 던지면서 정치적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초점은 지역 갈등 해소에 있었는데요. 김 전 대통령은 차별금지법 추진 의지를 밝히며 “우리나라 최대의 불행인 지역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에 처음 법안이 발의된 건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법무부에 의해서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성·학벌·장애인·비정규직·외국인근로자 등에 대한 차별을 5대 차별로 꼽고 ‘차별 없는 세상’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당시만 해도 차별금지법은 ‘IMF 사태’ 이후 떠오른 대량실업 등 고용안정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2010년대 이후로는 차별금지법이 성적 지향·인종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간베스트(일베) 등을 통해 온라인상 혐오가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부상한 영향인데요. 이러한 문제에 혐오표현 규제(헤이트스피치 방지법) 도입으로 대응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개신교계 등은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2013년에는 당시 민주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가 교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두 달 만에 철회했습니다. 크게 덴 정치권은 한동안 침묵을 선택했고, 20대 국회(2016~2020)까지 단 한 건의 차별금지법도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의 무관심에도 시민사회는 꾸준히 차별금지법을 외쳤습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2018년 미투운동 이후로 불붙은 페미니즘 운동은 차별금지법을 다시 공론장으로 이끈 원동력 중 하나였고요. 이에 2020년 21대 국회에서는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처음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각 법안을 냈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4년 5월29일 국회 본청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21대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4년 5월29일 국회 본청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21대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면(관점들): “혐오를 방치한 결과, 민주주의 훼손”


‘역차별 우려와 전통적 가치의 붕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논리입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입장을 차별로 간주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역차별을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요약하자면 ‘차별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인데요. 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은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인이나 집단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입니다. 적어도 비합리적 차별은 규제하자는 겁니다.

개신교적 가치를 훼손할 거라는 우려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데요. 종교계 내에서조차 특정 성적 지향에 대해 ‘성서학적으로 합의된 입장은 없다’는 반박이 나옵니다. 혐오를 막자는 것이 교리에 위배되는지도 따져볼 문제이고요. 유정훈 변호사는 오히려 헌법상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구절을 근거로 “차별금지법과 같은 공적 영역에 종교가 발을 들이면 그 부분에서는 말을 섞어주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수·종교계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선택적 무관심도 차별금지법 제정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침묵하기 일쑤인데요. 오히려 논란이 되는 발언으로 표심을 노리기도 합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와 종교는 분리라고 점잖게 생각해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순식간에 넘어질 수 있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했습니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민석 국무총리도 관련 발언으로 지난해 논란이 됐고요.


2024년 12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4년 12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 한수빈 기자


차별금지법이 부재한 사이 피해는 누적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에 비해 성희롱 경험은 28배, 왕따·괴롭힘 경험은 72배 높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별 경험 등으로 인한 우울 증상은 4.3배 높았습니다. 혐중시위가 관광·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2·3 불법계엄 직후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의 요구 중에는 차별금지법 제정도 있었는데요. 이호림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방치된 사회는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극우의 토양이 돼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찬성 여론이 60%를 넘을 만큼 분위기도 무르익었습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통과는 쉽지 않습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손솔 의원의 발의에 서명한 여당 의원은 단 1명뿐입니다. 손 의원은 “다른 의원들에게 차별금지법을 잘 설명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찾아뵙겠다”며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데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국내외적으로 격변기에 접어든 지금, 혐오와 음모론이 위기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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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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