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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60國에 보낸 ‘평화위원회’ 초청장… 北김정은도 받았나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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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위원회 구상 속도… 다보스 포럼서 헌장 서명
가자지구 분쟁 해결 넘어 유엔 대체 목표하는 듯
러시아·벨라루스 등 권위주의 정권도 상당수 초대
추후 대북 문제 논의시 유엔 제제 레짐 등 ‘패싱’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구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기간인 22일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평화위원회 헌장(憲章) 서명식을 주재할 것으로 열려졌다. 위원회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을 종식하고 재건을 감독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최대 60국에 초청장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져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평화·안보를 주도해 온 유엔을 사실상 대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유·민주 진영 뿐 아니라 권위주의 지도자들도 일부 초대를 받은 가운데, 트럼프가 한반도를 주요한 ‘분쟁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어 북한 김정은이 초청장을 받았는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가 지난 16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평화위원회 구상을 발표한 이후 전개된 양상을 보면 이 위원회가 단순히 가자지구 분쟁 해결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는 “약 60국에 발송된 초청장이 각국 수도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는데, 트럼프와 가까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영광스러운 초대”가장 먼저 수락한 의사를 표시했다. 최근 방한(訪韓)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우리의 역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구상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프랑스, 독일, 주요 중동 국가 지도자들에도 초청장이 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는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도 위원회 참여를 초대했다. 유럽에서 러시아의 몇 안되는 동맹인 벨라루스 외무부는 트럼프가 보낸 초청장 실물을 공개하며 “우리는 위원회 활동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조직이 발의안에서 제시된 권한을 훨씬 뛰어넘어 범위와 권위를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역시 크렘린궁 대변인이 19일 “외교 채널을 통해 합류 제안을 받았고, 모든 세부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해 미국 측과 접촉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가자지구 전쟁 당사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도 있어 위원회 합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벨라루스 외무부 관계자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초청장. /X(옛 트위터)

벨라루스 외무부 관계자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초청장. /X(옛 트위터)


로이터가 입수한 헌장 초안을 보면 “너무 자주 실피해 온 접근법과 제도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 “더 민첩하고 효과적인 국제 평화 구축 기구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는 유엔에 대한 트럼프 특유의 불신과도 맞물려 있는데, 미국 정부는 유엔 산하 기구 수십 곳에서 탈퇴했고 유엔 정부 예산 37억 달러(약 5조4500억원) 중 22%를 차지하는 분담금도 납부하지 않고 있다.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위원회를 앞세워 추후 분쟁을 중재하려 할 경우 한반도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 거듭 주장해 왔는데, 외교가에서는 4월 베이징에서 있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회담이 7년 만에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트럼프 정부 2기 들어 미·북 간 직·간접적 소통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6월 북한 전문 매체 NK 뉴스가 이른바 ‘뉴욕 채널’이라 불리는 주유엔 북한 대표부를 통해 “트럼프가 친서(親書)를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전했는데, 이와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부인하지 않으며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열려 있고, 1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기를 원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평화위원회를 앞세워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경우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쳐 축적한 대북 제재 레짐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미국 정부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은 19일 평화위원회 초대 멤버에 ‘한국과 북한(DPRK)이 포함되냐’는 본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있을 '평화위원회' 헌정 서명 행사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에 보낸 초청장 일부. /X(옛 트위터)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있을 '평화위원회' 헌정 서명 행사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에 보낸 초청장 일부. /X(옛 트위터)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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