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한국 사회에서 '30대에 집을 샀다'는 말은 더 이상 평균적인 경험이 아니다. 축하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묘한 거리감과 허탈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택은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자 계층의 상징이다. 특히 30대의 서울 아파트 구매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세대 내부 자산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가 된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30대 매입자 비중은 전체의 33.6%에 달했다. 12월 들어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대 비중은 2021년(35.8%) 이후 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평균치 32.3%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이미 15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 수치는 통념과 다소 어긋난다.
그동안 시장에는 '30대는 내 집 마련이 여의찮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높은 집값 앞에서 젊은 세대가 주택 대신 주식이나 가상자산으로 관심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이와는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가장 비싼 주택 시장에 젊은 세대가 진입하면서 서울 주택시장에서도 세대교체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을 30대 전체의 내 집 마련 여건이 개선됐다는 신호로 읽는 것은 위험하다. 오늘날 30대는 하나의 세대가 아니다. 같은 나이대 안에서 자산 축적 여부에 따라 생애 경로가 극단적으로 갈라지고 있다. 지역 간, 계층 간 양극화를 넘어 이제는 동일한 연령대 내부에서 또 다른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서울 아파트의 소유자가 되고, 누군가는 그 시장에서 점점 더 뒤로 밀려난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30대'를 단순한 평균값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요즘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30대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바로 구매력을 갖춘 고소득 맞벌이 가구다(부모로부터 큰 자산을 이전받은 경우나 주식·가상자산으로 일시에 부를 축적한 사례는 논외로 하자). 이들은 이미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동일 연령대 내에서도 전혀 다른 시간표 위에 서 있다.
이 같은 소득 격차는 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생애 최초 주택 마련 평균 연령은 41.3세로 10년 전인 2014년(38.9세)보다 2.4세 늦어졌다. 하지만 소득 상위 계층은 여전히 30대(평균 37.8세)에 집을 산다. 같은 30대라도 누군가는 이미 자산 축적 국면에 진입했고, 누군가는 아직 출발선 근처에 머문다.
고소득 맞벌이 가구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오히려 낮아졌다. 실제로 서울 KB 아파트 담보대출 PIR은 2022년 2분기 14.8에 달했으나 2025년 3분기에는 10.6으로 떨어졌다. 이는 아파트값이 싸진 결과가 아니라 아파트를 구매하는 가구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증가에는 차별적인 금융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가령 생애 최초 주택자금 대출은 LTV(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가 최고 70%까지 가능해 각종 대출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여기에 공급에 대한 체감 부족도 중요한 배경이다. 공급 확대가 반복해서 언급되지만, 구매력을 갖춘 30대 맞벌이 가구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공공분양은 점수 구조상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소득 맞벌이 가구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기다려도 당첨 가능성이 작다면 기존 도심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30대의 주거 취향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점 역시 '서울 아파트 구매'의 또 다른 요인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세대인 만큼 직주근접 수요가 강하다. 2024년 기준 30대 맞벌이 비중은 61.5%로 전년(58.9%)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 맞벌이 비중이 48.2%에서 48%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이들에게 도심 접근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활의 전제 조건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업무 접근성이 좋은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 상승으로 이어졌다.
요컨대 서울 아파트를 사는 30대가 늘고 있다는 현상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삶의 출발선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현실은 앞으로 서울 주택시장과 세대 간 격차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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