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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29조 쓴 이유…AI 반도체 판 흔들린다

연합뉴스 조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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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록 인수로 드러난 '추론 칩' 전략 전환
GPU 독주 속 NPU·TPU 존재감 확대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의 '골리앗' 엔비디아와 힘겨운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 업계가 연이은 '빅딜' 소식을 전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구글이 제미나이3 개발에 자체 개발 AI 특화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썼다는 점이 부각되며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기술적 대안으로 입지는 점점 굳어지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학습에서 추론으로 AI 시장 저변 확대가 본격화하는 데다 경량·저전력 반도체가 필수인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서 AI 반도체의 가능성이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네오 클라우드' 등 새로운 AI 데이터센터의 등장, 중형 데이터센터 수요 등 틈새시장이 다양하게 열리는 것도 아직 판로가 부족한 AI 반도체 업계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 엔비디아 선택은 '추론'…그록에 29조 쓴 배경

20일 AI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십수개에 달하던 AI 반도체 팹리스는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서 인수합병, 폐업 등을 거쳐 소수정예 기업만 살아남은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 업체가 2개를 차지하는데,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주인공이다.

나머지는 모두 미국 기업인 그록, 삼바노바, 세레브라스, 텐스토렌트인데 이들을 둘러싼 빅딜 소식이 요즘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구글 TPU 개발자들이 설립한 그록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지불하고 핵심 기술 사용권을 사들인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선을 끌었다.


기업 가치가 약 70억 달러로 평가되던 그록을 엔비디아가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면서 포섭한 것인데, 이는 엔비디아 사상 최대 거래액이기도 하다.

엔비디아와 그록[링크트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엔비디아와 그록
[링크트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표면적으로는 그록의 기술력을 엔비디아가 쓰겠다는 거래지만, 엔비디아가 그록의 핵심 인력과 기술을 사들이며 미래 경쟁자인 추론형 AI 반도체 선두 업체를 흡수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레브라스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10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하는 연산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흐름은 AI 경쟁의 핵심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오픈AI가 GPU 대항마로서의 AI 반도체의 저력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세레브라스는 기세를 몰아 약 10억달러(약 1조4천2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다.

인텔과 인수합병 논의가 알려졌던 삼바노바는 회사를 팔려던 입장을 선회해 자체 기술력을 더 키우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반도체가 어느 때보다 '핫'한 주제로 떠오르며 섣부른 매각보다 몸값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칩에서 인프라로…AI 반도체 기업들의 중동 전략

그록과 세레브라스는 미·중의 AI 기술로부터 종속을 원하지 않는 중동 지역의 소버린 AI 수요를 집중 공략,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 활발히 진출해왔다. 국내 기업인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도 비슷한 전략을 펴고 있다.

리벨리온이 엔비디아 플래그십 GPU 급 성능을 구현한 리벨쿼드 등의 성과를 발판으로 사우디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나 퓨리오사AI가 최신 2세대 AI 반도체인 레니게이드를 아람코 본사의 데이터센터와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기술 검증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AI 반도체 업계가 단순한 칩 공급사에서 서버 및 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변신을 꾀하면서 중동 시장을 발판으로 삼는 모양새다.

AI 업계에서는 NPU 기반 고성능 AI 추론 인프라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네오 클라우드' 서비스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의 거대(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서비스와 차별화된 형태로 주목하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넷플릭스, 오라클 등 글로벌 테크 기업 및 엔터프라이즈급 클라우드 사업자의 AI 반도체 수요가 다변화되는 추세"라며 "기존 하이퍼스케일러를 넘어 다양한 기업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점차 늘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신경망 처리장치 설명 듣는 임기근 차관(서울=연합뉴스) 임기근 기획재정부 차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을 방문, 신성규 리벨리온 부사장으로부터 신경망 처리장치(NPU) 설명을 듣고 있다. 2025.9.11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신경망 처리장치 설명 듣는 임기근 차관
(서울=연합뉴스) 임기근 기획재정부 차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을 방문, 신성규 리벨리온 부사장으로부터 신경망 처리장치(NPU) 설명을 듣고 있다. 2025.9.11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GPU 쏠림 속 국산 NPU의 현실…정책 지원 요구 커져

AI 반도체가 개발자들 사이에 익숙한 도구로 확고히 자리 잡은 엔비디아 쿠다 생태계보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도 점차 옅어지는 분위기다.

리벨리온이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채용하는 등 AI 반도체 업계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공을 들이는 데다 AI 반도체가 등장한 지 10년을 넘기며 오픈소스 생태계도 과거보다 상당히 확충됐기 때문이다.

다만 K클라우드 정책 등 정부의 국산 NPU 지원책은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는 게 업계 바람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최근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엔비디아 GPU 26만대가 들어온다는 국가적인 경사에 리벨리온과 투자자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선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엔비디아가 아닌 제품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사우디의 경우 지난해 그록 7천500억 원, UAE는 세레브라스의 1조5천억 원 규모 칩을 구매했는데 작년 리벨리온의 정부 매출은 70억원"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에 "엔비디아에 지출하는 10분의 1의 예산이라도 국산 AI 칩 대규모 실증과 실증 인프라 구축에 쓰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은 최신 칩 리벨쿼드를 올해 상반기 양산할 계획이며 퓨리오사AI는 대만 TSMC로부터 양산 주문한 레니게이드를 이달 말부터 연내 최대 2만장가량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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