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미 관계 흐름은 ‘전환’보다 ‘관리’에 가까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질 여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트럼프 1기 때 북한과 접촉이 계속 이루어진 것과는 확실히 비교된다.
18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과 북한이 처한 상황을 근거로 올해 북핵 문제 등의 현상 변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우선 북한은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확고하게 ‘핵 무력 고도화’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북한을 움직일 열쇠를 쥔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격화와 국내 이슈로 인해 북한 문제를 후순위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2기 첫해 동안 북·미 간 큰 사건도 소통도 없었던 것은 이미 이를 반영한 분위기로 풀이된다.
트럼프 2기 들어 북·미가 충돌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가 안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낙관은 섣부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양국 모두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자국 내 사안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면서 나타난 현상에 가깝다는 점에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은 “북한의 경우 비난수위가 약해졌다기보다 이제는 본인들이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어투가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라 예우를 갖추는 대신 ‘미국 대통령 트럼프’라고 부르는 등 동격의 존재로 상정하고 서사를 만들어 가려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북한에 대해 ‘로켓맨’ 같은 비아냥이나 특별한 언급을 안 했기 때문에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돌발행동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예상치 못한 강경책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이유에서이지 대화를 기대해 논조를 누그러뜨리는 것이라 해석하는 건 오독이라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2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훨씬 더 신중하게 접근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노딜 이후로 느끼는 것이 많았던 북한에 미국을 상대하는 ‘매뉴얼’이 생긴 것”이라며 “김 위원장 집권 초기 중구난방이던 체계가 이제는 실무급부터 김여정, 김정은까지 누가 언제 나설지 틀이 잡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9차 당대회를 앞둔 북한 입장에선 ‘다른 나라 주권을 존중하며 웬만하면 끼어들지 않는다’는 트럼프 방식이 꽤 괜찮은 신호라고 홍 선임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을 호전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원칙을 세우는 선에서 대화 구멍을 어느 정도 열어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전망된다.
올해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보다 국내 정치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을 강화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점도 북한의 대미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 입장에서 대미 메시지 관련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여줄 계기나 전환점은 없다”며 “국가안보전략(NSS)은 물론 러·우 전쟁 현안,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 전쟁 등으로 북한 문제에 쓸 여력이 없는 미국을 보며 북한은 기존의 대미 강경 노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조건과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는 점은 변함 없어 보인다. 관건은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지에 있다. 현 상황은, 급할 것 없는 북한이 미국의 추가 메시지를 기다리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동안 미국 역시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한 채 관망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차 부원장은 “미국이 아직 카드를 보여주지 않은 지금 북한은 원칙만 반복하면 되는 국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을 다룰 전략적 방안이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은 거래주의적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변화의 분위기 조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혔다고는 볼 수 없는 배경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러·우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남한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하고 있지만 미국과는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북한을 협상장에 오게 만들 조건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는 것, 한국과 핵추진잠수함 협력 중단” 등이며 이런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북한이 미국에 직·간접적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이란 분석이다.
장민주·정지혜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