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광정책의 과제는 외래객 확대에 대응해 관광의 내용과 구조를 질적으로 고도화하는 정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데 있다. 그동안 한국 관광은 외래객 유치와 단기 소비 확대에 비교적 충실한 성과를 거뒀다. 숙박과 쇼핑 중심의 소비 구조는 회복 국면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관광 소비의 고급화 및 체류 구조의 다변화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관광의 내용과 방식 자체를 정교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질적 성장을 위한 첫 번째 방향은 관광의 융복합화다. 관광 소비의 질과 체류 구조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식, 의료·웰니스, K뷰티,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스포츠, 공연예술, K컬처 등은 이미 개별 산업으로 성장했으며, 일부 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관광정책의 역할은 이러한 산업군을 관광 경험과 연계해 체류형·소비형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융복합 접근은 체류 기간을 늘리고 관광 소비의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두 번째 방향은 인공지능(AI)의 적극적 도입과 활용이다. 관광산업의 경쟁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수요 예측, 고객 분석, 가격 최적화, 맞춤형 상품 추천, 언어 장벽 해소, 재방문 관리 등에서 데이터와 AI 기반 전략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의료·웰니스, 공연·페스티벌, 마이스 분야에서는 AI 기반 운영 효율화와 글로벌 수요 대응이 시장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관광정책에서도 AI를 관광산업의 운영 효율과 글로벌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관광상품의 글로벌화다. 관광 콘텐츠와 서비스가 국내 수요나 인접 시장에 머물 경우, 질적 성장은 일정 수준에서 정체될 수밖에 없다. 관광상품의 기획과 유통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며, 글로벌 기준에 맞는 콘텐츠 구성과 브랜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관광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핵심 조건이다. 더불어 시장 전략 역시 재정비가 요구된다. 회복 국면에서는 아시아 중심의 인접 시장 전략이 효과적이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미·유럽·중동 등 서구권과 원거리 시장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의료·웰니스, K컬처, K뷰티, 공연·페스티벌형 관광은 서구 시장에서도 수요 잠재력이 큰 분야다. 질적 성장은 시장의 폭을 넓히는 전략과 결합될 때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 체계의 전문성도 중요하다. 관광산업은 시장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인 만큼, 산업 구조와 글로벌시장 환경을 이해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최근 관광공사 사장을 현장 마케팅 전문가로 선임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업계 경험을 갖춘 인사가 맡게 된 점은 이러한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책과 현장, 전략과 집행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조기 달성과 질적 성장이라는 정부 기조는 정책 방향과 실행 전략을 통해 단계적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융복합 관광 확대, AI 기반 운영 혁신, 관광상품의 글로벌화 및 시장 다변화가 추진될 때 관광산업은 성장 지속성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는 핵심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26년 새해에는 이러한 방향 아래에서 한국 관광정책과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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