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원정에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다음 달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선고한다. 이번 재판에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내란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형법 87조는 내란죄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에서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에서도 쟁점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재판에서 “폭동이나 국헌문란의 목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앞선 전 전 대통령의 판결문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의 주장도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폭동”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비상계엄에 폭동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심 재판에서부터 “폭동 개념으로 폭행 협박은 상대방에 대한 위협 상황이 실제로 조성됐을 경우 성립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도 단지 국민에게 국가비상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경고성 계엄’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국회의 경비와 질서 확보를 위해 투입된 소수 병력 중 일부는 비무장 상태로 국회 담벼락 아래 그냥 앉아 있었다”며 폭력 행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유지로 외포심을 느낄만한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면 ‘폭동’이 성립한다고 넓게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확대 자체가 일종의 협박행위로 폭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두려운 마음)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권한 행사 막으면 ‘국헌문란’”
국헌 문란은 어떨까. 법원은 형식상 적법성보다는, 실질적으로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해하였는지를 따졌다. 특히 국회 해산과 같이 정치활동을 금지시킨 점은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봤다.
1980년 5월17일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전국확대, 국가보위비상기구 설치, 국회해산’ 등을 골자로 하는 시국수습방안을 마련한 뒤, 최규하 당시 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했다. 그날 밤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선 병력이 배치된 채 계엄 전국확대 안건이 통과됐다. 그날 자정 신군부는 정치활동 중지, 정치목적 집회·시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계엄포고 10호를 발령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밤10시30분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30분 뒤 계엄사 포고문이 발표됐다.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포고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 전 대통령은 최 전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과 비상기구 운영을 건의한 게 자문이었을 뿐,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가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통치권이라는 윤 전 대통령 측 논리와 유사하다.
대법원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인 ‘국회’의 권한행사를 막은 것은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행한 일련의 행위는 결국 강압에 의해 헌법기관인 대통령, 국무회의, 국회의원 등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배제함으로써 그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 판단을 유지했다.
계엄 선포 자체로 ‘내란 기수’
당시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므로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은 없지만,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면 범죄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이는 당시 전 전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데 따른 판단이다. 윤 전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법원이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 주장도 배척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빈총 들고, 사상자 한 명 없는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있냐”고 했지만, 당시 대법원은 내란이 ‘기수’에 이른 시점을 비상계엄 선포 시점으로 봤다. 대법원은 목적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이 일어났다면 기수범으로 성립한다고 봤다.
1996년 8월 서울지법은 1심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노 전 대통령에게 징역 22년6월을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무기징역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징역17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그해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들을 특별사면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어떤 선고를 내리든 정치권에서 ‘사면’을 결정하면 그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지역의 부장판사는 “이미 선례도 있으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정권에서든지 ‘사면’ 논의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사법부의 판단은 정치권 결단으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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