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과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4일 ’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 약사법 개정안 관련 공동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정부가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기존 직역과의 갈등부터 기술 탈취 의혹까지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신생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행선 달리는 닥터나우 방지법…의견 격차 좁히기 쉽지 않아
20일 업계에 따르면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중소벤처기업부와 보건복지부는 최근 관련 업계와 함께 공동간담회를 개최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닥터나우를, 약사법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의약단체 의견을 중심으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나우 방지법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업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는 현재 의약품 도매업도 하고 있어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닥터나우는 이미 영위 중인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사업 모델을 입법으로 금지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제2의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반면 의약단체는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업을 두고 의료기관 및 약국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약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은 본회의 상정 직전 미뤄지면서 현재 계류 중이다.
중기부는 해당 법안의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물밑에서 논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을 입법으로 막는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사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제외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7년간 운영했는데…기득권에 밀린 루센트블록
최근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토큰증권(STO) 기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7년간 운영해 온 루센트블록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최대 2곳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예비인가 하기로 했는데 해당 사업을 운영해본 적이 없는 '한국거래소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루센트블록은 7년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50만 명의 이용자와 누적 약 3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발행 및 유통해 토큰증권의 시장성을 검증했다.
기존에 없던 산업을 루센트블록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내에서 묵묵히 이끌어 왔고 사업성까지 증명해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과실은 기득권이 챙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경우 금융위 출신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센트블록 측은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수많은 제약 속에서 금융위의 가이드라인 하에 묵묵히 버텼지만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라는 명예는 생존의 위기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더욱이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가 자사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가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접근해 민감 정보를 얻은 뒤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기술 탈취는 이재명 정부가 '근절'하겠다고 밝힌 중점 정책 과제다.
루센트블록 측은 "넥스트레이드는 비밀유지각서를 체결한 뒤 루센트블록의 재무 정보, 주주 명부, 사업 계획, 핵심 기술 자료 등 극히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그러나 이후 투자나 컨소시엄 참여 없이 불과 2~3주 만에 STO 유통 시장에 대해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 측은 "루센트블록의 기술을 탈취한 적이 없고 사용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논란 속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 인가 결정을 연기했다.
"규제 샌드박스 취지 무색…정부 역할 중요"
스타트업 업계 전문가들은 기득권이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루센트블록 건은 정부가 나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시장 개척자인 루센트블록을 두고 (경험이 없는) 다른 두 곳에 인가를 주는 게 말이 되나"라며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 내에서 사회적 편익에 대한 실험은 루센트블록이 다 하고, 실제 제도화 후에는 자금력이 좋은 기업이 인가를 받아 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혁신적인 사업을 펼치는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혁신 스타트업을 만들어내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루센트블록 사안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했기 때문에 입법부의 역할은 어느 정도 했다고 본다"며 "정부가 인가를 어떻게 내리고 운영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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