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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일자리 81.9%가 계약직…단기·단순 노동만 남았다 [일하고 싶을 뿐인데②]

쿠키뉴스 노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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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계약·저숙련 직무로 굳어진 장애인 고용 시장
중도장애인 88.1%지만 경력 살릴 일자리는 부족
고용의 양만 보는 제도, 고용의 질은 뒷전
우리 사회는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이들의 성공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그 영웅담 뒤에는 시스템의 공백을 온몸으로 버텨낸 개인의 사투가 숨어 있습니다. 쿠키뉴스는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 청년을 조명했습니다. 이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부딪힌 현실의 벽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봤습니다.

중도장애인의 복귀를 개인의 의지나 운에 맡기지 않으려면, 사회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이들의 노력이 외로운 영웅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와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다시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중도장애 청년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청각장애인 박민영(27·가명)씨와 뇌병변장애인 이보영(36·가명)씨, 정신장애인 조현준(46·가명)씨의 이력서. 3명 모두 중도장애를 입은 이후 학력·경력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거나 구직 중이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청각장애인 박민영(27·가명)씨와 뇌병변장애인 이보영(36·가명)씨, 정신장애인 조현준(46·가명)씨의 이력서. 3명 모두 중도장애를 입은 이후 학력·경력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거나 구직 중이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장애인 10명 중 8명은 사고나 질환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中途)장애인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이들이 쌓아온 전문성은 설 자리가 없다. 장애인 일자리 대부분이 단기 계약과 저숙련 직무에 집중된 탓이다. 지원 사업마저 선천적 장애인 위주로 설계돼 중도장애인은 제도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81.9%가 계약직, 단순노동에 갇힌 장애인 일터

중도장애인이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현실은 개인의 역량이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장애인 일자리가 단기 계약과 저숙련 직무에 편중되면서, 중도장애인의 기존 경력은 활용되지 못한 채 생계의 불안정성만 커지고 있다. 현행 일자리 지원 체계가 경력을 살리는 재취업보다는, 단순 보조 인력을 채우는 배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동한 결과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까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연계된 장애인 일자리의 약 81.9%가 2년 미만 계약직이었다. 채용 직무 역시 10개 중 9개가 단순노동이나 사무보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채용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4일 기준 집계 가능한 채용 공고 1246건 가운데 계약직 모집은 1087건(87.2%)에 달했다. 이 중 정년(60세)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67건을 제외하면, 2년 미만 계약직은 1020건이었다. 특히 근로 기간이 6개월 이하인 초단기 계약도 359건으로, 전체 계약직의 33%를 차지했다.

직무 구성 역시 단순노동과 사무보조에 집중돼 있다. 전체 채용 1246건 중 단순노동은 660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청소(251건), 바리스타(48건), 콜센터(40건) 등 단순 업무가 다수를 차지했다. 포장·정리·조립·분류 작업 등을 합친 기타 직무도 273건에 달했다.



지난달 24일 기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채용 정보를 고용 형태와 직무 종류에 따라 분석한 그래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지난달 24일 기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채용 정보를 고용 형태와 직무 종류에 따라 분석한 그래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전공·경력 무색해진 일터…고용의 질 놓친 고용 시스템

중도장애인의 이력서에도 일자리 편중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보영(36·가명·충남 천안)씨는 지난 2008년부터 7년2개월간 대기업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액정 불량 검사를 해 왔다. 그러나 2018년 두 차례의 뇌출혈로 뇌병변장애를 얻은 뒤, 현재는 어학원 블로그에 홍보 글을 작성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이씨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찾았으나, 선택지는 이전 경력과 무관한 단순노동이나 사무보조뿐이었다.

14년 전 중증 정신장애 판정을 받은 조현준(46·가명)씨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전자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장애인 등록 이후 경력은 전공과 무관한 사무보조에 그쳤다. 이마저도 전부 2년 이하 계약직이었다. 조씨는 “생활비는 계속 나가는데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반일제가 아닌 전일제 직장을 구해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구청 소속 장애인 행정 도우미와 대학 도서관 사서보조에 각각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장애인 고용 시스템은 ‘얼마나 고용했는가’만 따질 뿐, ‘어떤 일자리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는가’는 충분히 살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특히 중도장애인에 대해 “기존의 경력과 삶이 단절된 상태에서 장애인으로 다시 분류돼 노동시장에 진입한다”며 “그 결과 장애인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계약직이나 단순 업무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중도장애인의 경력 단절을 회복하기에는 현행 제도에 구조적인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정 비율의 장애인 고용만을 요구하는 현행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실질적인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단순히 고용 인원만 볼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형태, 근속기간, 급여 수준, 직무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질적인 고용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고용했나”에 갇힌 현실, 단절된 중도장애인의 삶

고용 시스템이 양적 지표에 치중하면서, 전체 장애인의 88.1%를 차지하는 중도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일자리 지원 체계가 발달장애 등 선천적 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탓이다. 전국 장애인보호작업장 703곳 대다수가 발달장애인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운영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한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별도 지원 필요성도 최근에야 대두되기 시작했다”며 “중도장애인의 이전 경력 회복 등 관련 일자리 지원이 따로 논의되지 않는 부분은 공단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도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한 일자리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용 국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도장애인은 기존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운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는다”며 “그럼에도 중도장애인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도장애 발생 초기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긴급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전 경력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새롭게 습득할 수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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