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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코스피(KOSPI) 5000' 시대가 임박하면서 재벌들의 주식 담보대출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가치가 두 배 이상 뛴 덕분이다. 다수의 총수들이 담보대출을 상환해 빚을 줄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12일 기준 상위 50개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28개 그룹 176명 중 130명이 보유주식의 44.8%에 해당하는 30조 1616억 원을 담보로 제공하고, 보유주식 가치의 29.6%에 해당하는 8조 9300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기준 132명이 보유주식의 59.7%(14조 8657억 원)를 담보로 잡고 8조 8810억 원을 대출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대출금은 비슷하지만 주식 담보대출 비중은 60% 수준에서 45%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1년 새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대출을 일으킨 총수 일가도 132명에서 13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경영권 리스크'도 대폭 완화됐다. 대주주 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설정해도 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지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마진콜 등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고,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주식 시장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영권도 덩달아 안정화된 것이다.
삼성家, 주식 담보대출 증가 1위
올해 주식 담보대출 증가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가(家)의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지난해 1월 보유주식 가운데 34.5%를 담보로 제공하고 3조 2728억 원을 대출 중이었다. 이후 같은 해 10월 홍 명예관장은 삼성전자 보유주식을 블록딜로 정리하면서 주식 수가 9797만 8700주(1.66%)에서 8797만 8700주(1.49%)로 1000만 주 줄었고, 삼성물산 주식 180만 8577주(1.06%)는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증여했다.
그러나 대출금은 2조 1200억 원에서 2조 5750억 원으로 4550억 원 증가했다. 홍 명예관장은 올해 들어 다시 1500만 주에 대해 유가증권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주식이 매각될 경우 보유주가 7297만 8700주(1.23%)로 줄어들지만, 주식가치는 지난해 1월 대비 2.2배 가까이 늘어난 13조 1000억 원(1월 16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리더스인덱스 제공)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년 전 삼성전자 보유주식 4774만 5681주(0.81%) 가운데 658만 418주를 담보로 2500억 원을, 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3300억 원을 각각 대출받아 총 5800억 원의 담보대출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담보로 2000억 원을 추가 대출하며 총대출금이 7800억 원으로 늘었다.
다만 같은 해 10월 삼성전자 지분 600만 주를 처분하면서 삼성전자 지분 담보대출 2500억 원을 전액 상환해 현재 재출금은 5300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500억 원 감소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지분을 담보로 2488억 원, 삼성물산 지분 담보로 3240억 원을 대출받았고 같은 해 10월 삼성전자 지분 171만 6000주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이후 삼성전자 지분 담보 대출은 2490억 원 늘어난 4978억 원으로 확대된 반면, 삼성물산 주식담보 대출은 2600억 원으로 640억 원 줄었다.
삼성 다음으로 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난 그룹은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1월 셀트리온 보유 주식 826만 8563주(3.9%) 중 348만 6689주를 담보로 2897억 원을 대출받고 있었다. 1년 새 담보주식 수는 445만 8950주로 100만 주 이상 늘었고, 대출 금액도 4127억 원으로 1230억 원 증가했다.
(리더스인덱스 제공) |
경영권 분쟁·승계 오너가도 대출금 확대
경영권 분쟁을 겪거나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총수 일가도 대출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일가는 지난해 1월 공동명의를 포함해 18명이 총 4895억 원을 대출받았으나, 1년 사이 5603억 원으로 708억 원 증가했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 가치는 1조 92억 원에서 2조 49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해 담보 여력도 확대됐다.
한화그룹 오너일가도 주식 담보 대출금액이 489억 원 증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050억 원에서 990억 원으로,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122억 원에서 116억 원으로 각각 담보대출 규모가 감소했다.
반면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180억 원에서 380억 원으로 200억 원 증가했고,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580억 원에서 940억 원으로 36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독립 경영' 조현준·조현상 형제, 대출금 감소
주식담보 대출금이 크게 감소한 총수 일가도 눈에 띄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효성그룹이다. 오너일가 주식 담보 대출금이 8358억 원에서 2080억 원으로 6278억원 줄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4개 계열사들의 보유지분을 담보로 5950억 원의 대출받고 있었으나, 1년 사이 92% 감소해 444억 원으로 축소됐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같은 기간 효성, HS효성, HS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 2407억 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11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DB그룹은 대출금이 4008억 원에서 3244억 원으로 764억 원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오너일가 주식담보 대출금이 3174억 원에서 2569억 원으로 605억 원 줄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25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주식담보 대출금이 500억 원 감소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255억 원,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은 253억 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20억 원,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180억 원씩 각각 주식담보 대출금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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