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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업별 차등대우 시대…대체 불가능한 기술력만이 힘"(종합)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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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격동의 1년]
유명희 前 통상교섭본부장 특별인터뷰
"규범→힘 기반 거래 시대…국가·기업별 차등대우"
"듀얼쇼크·핵심광물 전쟁…기술력만이 레버리지"
"기업의 대응역량 제고·민관 협력체계 강화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최혜국대우(MFN) 시대는 끝났다’고 서면 제출했다. 미국 스스로 만든 다자무역 체제 원칙에서 일탈한 것이다.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이는 ‘모든 것이 협상 가능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규범 기반 자유무역에서 힘 기반 거래적 통상으로 전환됐다”며 “국가별·기업별 차등대우 시대에 기민한 대응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4~15일(현지시간) 잇달아 발표된 엔비디아 H200 대중 수출 관세, TSMC 투자, 대만 상호관세 인하를 두고 “트럼프 2기가 기업과도 직접 협상하며 미국 정부의 정책 목적 달성과 함께 기업의 필요(수요)도 반영한 주요 사례”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미국 관세와 중국 과잉생산이라는 ‘듀얼 쇼크’, 여기에 핵심광물 전쟁까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이 한국의 유일한 레버리지(협상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거나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활용하는 힘)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유 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 1년 동안 WTO 중심 다자주의 질서가 사실상 파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2기에서 강화된 현상이 바로 ‘규범 기반 자유무역’에서 ‘힘 기반 거래적 통상’으로의 전환이다. 규범 기반 다자무역 체제는 무역을 통한 우리나라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 인프라였다. 그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니 정부와 기업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는 리스크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WTO에 ‘MFN(최혜국대우) 시대는 끝났다’는 내용을 서면 제출했다. 국가별로 차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설계하고 이끌어온 다자무역 체제의 가장 기본 원칙인 비차별 대우로부터 미국 스스로 일탈한 것이다. 기업별로도 투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그만큼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계속 반영해나갈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굉장히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시기다.

-불확실성이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심리에 끼치는 악영향은?

△WTO에 따르면 2025년은 관세 조치 전인 상반기에 선적이 많이 돼서 교역량에 큰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2026년 올해는 상품 교역이 0.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평년(3% 안팎)의 6분의 1 수준이다. 관세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소비자·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총수요가 줄어들면 교역이 줄고, 그것이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미친다.

-극복 방법은?

△우리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 경쟁력, 상품 품질 경쟁력이다. 반도체나 전력기기처럼 AI 인프라 쪽 수요가 있는 것은 고관세 시대에도 다 견딘다. 가끔 기업을 만나보면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수입업자가 관세를 부담하겠다고 해서라도 물건만 공급해달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 때문이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우리가 기술 경쟁력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그게 고관세 시대, 무역 장벽 시대에도 견딜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최근 며칠 사이에 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관세와 TSMC 투자, 대만 관세 합의 등이 연달아 나왔다.

△미국이 엔비디아 요구도 들어주면서 안보도 챙기고, 수출세라는 관세를 걷어서 경제적 이익도 챙겼다. 대만은 투자에 따라 2.5배 크레딧을 받는다. 국가별·기업별로 차등적으로, 이제는 기업도 미국 정부와 거의 직접 상대하는 메인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대응도 기민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직접 협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의약품 관련해서 미국 정부가 17개 제약사에 서한을 보냈다. 그중 일부와 약가를 낮추고 투자하면 관세를 면제하는 딜을 하나씩 했다. 처음 화이자와 딜할 때 화이자 대표가 백악관에 와서 투자하고 약가도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낮추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17개 서한 보낸 중에 화이자가 시작하니까 지금 거의 대부분이 개별 합의를 했다. 화이자는 오래전부터 굉장히 긴밀하게 쌓아놓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결과로 가능했다. 우리 기업들도 평소에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와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보가 축적돼서 ‘이때가 적기’라는 판단이 서야 실제 대응을 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반영해 나갈 수 있다. 그 능력을 키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는?

△트럼프 1기 때는 미국의 모든 요구를 정부 당국을 통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틀 내에서 협상했다. 지금은 아웃 오브 더 박스 싱킹(out of the box thinking)이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나쁘게 말하면 불확실성이 크지만, 좋게 말하면 모든 것에서 협상의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미국의 관세와 중국의 과잉생산이라는 듀얼 쇼크(이중 충격)에 직면해 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수입 비중이 2017년 약 22%였는데 2025년 상반기에 9%로 줄었다. 미국에 못 들어가는 중국 상품들이 전 세계로 간다. 1차 차이나 쇼크가 선진국들에게 값싼 물건을 공급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한 것이었다면, 2차는 개도국에 중국이 투자를 통해 산업 기반을 압박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전기차 등 중국과 경쟁하지 않는 품목이 없다. 우리 시장은 물론 제3국 시장에서도 더 많은 중국 제품이 밀려들어 오면서 이러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불공정 무역에는 국제 규범 및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할 때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유럽연합(EU), 멕시코 등이 다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한국이 중국만큼 크지 않지만 특정산업에서 과도한 수출국으로 분류될 우려가 있어 중국을 겨냥한 조치들에 되려 우리가 타깃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듀얼 쇼크를 잘 대응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의 실효성은?

△트럼프 1기와 바이든 때는 반도체 수출 통제가 첨단 산업 공급망의 블록화를 만들어가는 상황이었다면, 이제 전장이 핵심광물로 넘어간 것 같다. 공급망 상류(핵심광물)·하류(반도체) 양단에서 작용하는 이중 수출 통제 구조를 미중 각국이 준비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위협에 항상 노출된 상태가 된다. 공급망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화 시대에 어디서 사오든 가장 싸고 퀄리티 높은 것이면 된다는 효율화 중심의 사고는 벗어나서, 이제 안정성 문제, 복원력 문제를 감안한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게 기업만 하기는 힘들다. 시장의 실패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 정부도 지원을 하면서 해야 한다.


-안보-경제 연계 전략에서 한국의 레버리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 기술력,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제조 파트너로서의 조선, 반도체,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등이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레버리지다. 앞으로도 계속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계속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게 정부도 지원하고 기업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안보에서 필요한 것도 획득할 수 있다.

-불확실성 시대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갖춰야 할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말 대체 불가능한 기술, 제품 경쟁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서 국가별, 기업별로 굉장히 다양한 다른 대우가 가능한 불확실성 시대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과 산업이 상대에게 최우선 순위에 있으면 그것이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된다. 그것을 키우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의 확실한 메시지는 ‘미국 내 공급망 구축에 기여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도 그걸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산업 정책도 지금까지의 관행이 아니라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산업 정책 지원을 통해서 우리가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확실성 시대에 우리를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기업들도 혼자 뛰기는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해관계를 기민하게 반영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듯이, 우리 정부도 우리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유명희 교수는

△1967년 울산 출생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행정고시 35회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정책과장 △주중국대사관 참사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대표부 파견 △대통령비서실 외신대변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산업부 통상교섭실장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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