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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기획한 버스커크, 이미 ‘포스트 트럼프’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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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일 미국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연 행사에서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일 미국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연 행사에서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일로 출범 1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올해 11월 중간선거라는 변곡점을 맞는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1년 동안 ‘김동석의 미국 대선 돋보기’를 기고했던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트럼프와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휩쓸고 있는 미국 정치의 향방을 한달에 한차례 연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새해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정치와 석유 장악을 시도하는 데 이어 그린란드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일년 동안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질서를 뒤흔든 데 이어 미국 국내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폭력적 단속을 벌이고 있고, 그 와중에는 생활비는 멈추지 않고 치솟아 미국 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의 미국이 어디까지 폭주할지 불안 속에서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를 보려면, 트럼프 뒤에서 돈을 쥐고 있는 이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2025년 트럼프의 재집권은 실리콘벨리 기술기업의 우파 억만장자들이 만들어 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가 페이팔 창립자이자 군사기술기업 팔란티어를 운영하는 피터 틸이다. 틸은 2016년 트럼프에 열광하는 전국적인 유권자를 발견하고 트럼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현상’을 틸에게 가장 잘 설명한 것은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American Greatness)라는 우익 온라인 매체를 발행하는 크리스 버스커크다. 버스커크와 틸의 만남이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인 마가(MAGA)을 만들어 냈고, 트럼프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했고, 지금은 마가의 미래를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1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해지자, 민주당이 백악관을 탈환할 경우에 대비해 트럼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후계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틸은 자신의 절친이자 아이티(IT) 투자자이며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라는 책으로 유명세가 있었던 제이디(J.D) 밴스와 버스커크를 연결시켰다. 2019년, 소수의 우익 기부자들이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인 록브리지(Rockbridge) 외곽의 한 여관에 모여 마가 운동의 미래를 논의하는 회의를 했다. 그들의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유권자, 기부자, 엘리트 참모들을 확보해 공화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정치 연합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버스커크가 회의를 기획했고, 틸과 제이디 밴스가 회의를 소집했으며, 헤지펀드 상속녀인 리베커 머서, 당시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터커 칼슨, 우파 경제학자 오렌 캐스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 비밀 모임에서 탄생한 록브리지네트워크를 실제로 이끄는 이는 버스커크다. 그는 이 조직을 공화당 정치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력으로 만들었다. 록브리지네트워크는 2024년 트럼프의 대선 선거운동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24년 4월 트럼프는 연방법원에 4가지 넘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선거자금은 바닥나고 바닥에서 헤매고 있었다. 이때 틸과 버스커크가 밴스를 비행기에 태우고 마러라고 트럼프를 찾아갔으며, 그들은 돈은 보장할 테니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것을 트럼프로부터 약속받았다고 알려졌다. 연방정치 2년 차인 밴스가 단숨에 부통령으로 떠오른 스토리다.



록브리지는 웹사이트도 없고,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조직은 아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온라인 광고전문가, 영상물 제작자를 망라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록브리지는 마가의 행동부대로 찰리 커크의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에 집중 투자했다. 우파 사회운동 그룹들을 트럼프를 중심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던 찰리 커크는 지난해 암살당했다.



트럼프가 2025년 백악관에 재입성한 뒤부터 록브리지는 트럼프의 2026년 중간선거를 준비하는 한편 2028년 대선에서 밴스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구체적 행동에 돌입했다고 알려졌다.



버스커크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버스커크는 이제 공화당에서 전통적인 거액 기부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코크 형제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1년을 맞아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버스커크를 집중 조명했다. 버스커크는 정치를 사업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특정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이론을 설파한다. 그는 모든 사회에는 착취 엘리트(과두정치)와 생산엘리트(귀족정치)가 있다고 하면서 엘리트 정치를 표방한다. 그는 역사 속에서 혁신적인 시기는 엘리트 귀족정치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주장하며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20세기



중반의 미국,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 랭커셔 지역 등을 예로 든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준비하면서 버스커크는 트럼프 1기 정부가 ‘엘리트의 부재’로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트럼프 2기에 국가를 충분히 혁신할 역량 있는 인재를 준비하는 역할을 헤리티지재단에 맡겼다. 2024년 미국 대선 선거판의 최대 논란이었던 ‘프로젝트 2025’가 그렇게 나왔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까지 2기 내각 구성에 버스커크가 깊숙이 관여했다.



크리스 버스커크. 1789 캐피털 누리집

크리스 버스커크. 1789 캐피털 누리집


록브릿지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공통된 야망은 ‘국가의 미래에 필수적’인 기업인들에게 정부를 구성하고 지속적인 정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버스커크는 미국 사회에 무제한적인 자본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여긴다. 이 목적을 위해 그는 밴처캐피털 회사인 ‘1789 캐피털(Capital)’을 설립했다. 미국 권리장전이 만들어진 1789년에서 이름을 따온 이 투자회사는 그가 “애국적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분야에 집중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이 회사에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1789 캐피털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맨 앞에 “미국 예외주의의 다음 장에 펀딩한다(Funding the Next Chapter of American Exceptionalism)”는 글이 나온다. 이 회사는 희토류 채굴, 전쟁용 인공지능 공장 건설, 3디(D) 프린팅, 로켓연료개발, 방위산업 등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과 연관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집중 투자했다.



버스커크의 네트워크가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워싱턴의 새로운 권력 실세들을 위한 모임을 형성하게 됐다. 버스커크는 트럼프를 백악관에 다시 앉힌 사업가들을 워싱턴으로 데려오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워싱턴 조지타운에 사교클럽을 개장할 준비 공사에 착수했다. 일인당 가입회비 50만 달러를 받고 우선 50여명을 엮었다. 물론 록브리지의 멤버들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최고급 럭셔리 클럽을 연다는 소문이 워싱턴의 로비스트들 사이에 파다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스티브 윗코프 특사 등이 적극 참여하고, 버스커크의 친구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복지부 장관과 이제는 폭스뉴스에서 나와 우파 유투버로 활약하는 터커 칼슨도 핵심 멤버다. 미국 전역에서 들불같이 번지는 마가 운동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애리조나에서 보험업으로 돈을 모은 올해 57살 버스커크는 네오콘의 사상적 기반을 만든 정치 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의 영향을 받았다. 버스커크는 2000년대 중반 ‘공화당 기득권층이 나라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면서 공화당적을 내던졌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미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끌어들인 뒤 ‘미국 공장 전체가 컨테이너에 포장되어 중국으로 보내지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그는 미국인들이 맥도널드에서 시간당 8달러를 받고, 포드 공장에서 일하던 숙련된 노동자가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전락했으며, 그마저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분노했다. 거기에 더해 2000년대 후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한 뒤 미국 전역에 ‘다양성’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는 더욱 참담함을 느꼈다.



그러던 가운데 2015년 트럼프가 트럼프타워에서 황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대선 출마 선언하는 것을 보고, 버스커크는 트럼프가 리얼리티쇼를 홍보하기 위해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의 과거 인터뷰를 다시 보면서 트럼프가 40년 동안 똑같은 말을 해왔으며 트럼프가 진심이란 것을 알았다고 한다. 버스커크는 이를 계기로 우파에 기반한 보수주의의 새로운 표현방식을 강조하는 온라인 잡지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를 창간했고,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재력가 틸의 눈에 들었다. 버스커크는 트럼프의 등장을 보면서 ‘역사적인 시기가 도래했으며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주장하면서,



마가 운동을 결집, 확산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공화당 보수(우파) 정치의 긴 흐름을 보면 지금 트럼프 정치가 아주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냉전 시대 특히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부터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 그리고 존 맥케인과 밋 롬니의 대선 후보 시절까지의 시기가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책임감 있었던’ 이례적이고 짧은 순간이었다. 195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로버트 태프트는 1930년대 미국을 살려낸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에서 비롯된 복지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에 반대하며, 루스벨트 이전의 친기업적이고 자유방임적인 독재로의 회귀를 약속했다. 당시 공화당은 태프트 대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선택해 중도보수 노선을 유지했지만, 강경 우파들은 사라지지 않고 대선 때마다 후보를 골라서 목소리를 살려 왔다.



그 흐름 위에서 실리콘밸리 우파 기술기업의 거대한 자본과 정치운동가 버스커크가 만나 록브리지 네트워크라는 비밀 정치조직이 만들어졌고 이 조직의 작동을 보면서 아이티 밴처투자가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거액의 정치자금의 위력으로 트럼프 재집권을 이뤘고, 자신들의 핵심멤버인 밴스를 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지금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막후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밴스를 트럼프의 후계자로 만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현상’이 미국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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