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5일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선물 증정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주 금관 모형과 훈장을 주었다. 경주/로이터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은 한국이 불법 비상계엄으로 혼란에 빠져 있던 시기와 맞물렸다. 한국 극우세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인 마가(MAGA) 세력과 결탁해 음모론을 퍼뜨리며 윤석열의 계엄을 정당화하려 하면서, 한국의 정치 위기는 더 깊어졌다.
2024년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앞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 압박, 관세전쟁,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의 ‘부정선거’ 공격 등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8월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2시간30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 같다”는 글을 올렸다. 회담 직전까지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 국방부는 우리 정부를 향해 수위 높은 투자·안보·경제 청구서를 내밀면서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까지 압박했다. 트럼프는 동맹국이 미국을 ‘뜯어먹어온’ 존재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휴짓조각 취급하고 25% 관세 폭탄을 지렛대로 한국이 거액의 투자, 방위비 대폭 증액, 미국 무기 대규모 구입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8월 백악관 정상회담과 10월 경주 정상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트럼프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버티기와 협상을 병행하면서, ‘반전’을 만들어내면서 위태로운 상황을 관리해왔다. 힘겨운 협상 끝에 11월14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발표자료)’는 트럼프가 관세 폭탄으로 압박한 대미 투자를 현금 투자 2000억달러(연간 200억달러 한도), 조선업 협력(MASGA) 투자 1500억 달러로 하고,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다. ‘한-미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보다는 국방비 인상에 초점을 맞춰,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구매에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기존의 외교 기준으로 보면 아쉽고 우려스러운 내용이지만, 트럼프 시대 ‘거래형 동맹’의 적나라한 현실을 반영한 고육지책의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2차례의 담판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를 받아내고 팩트시트에 담아낸 것은 한국에는 중요한 성과이자, 앞으로 이 ‘약속’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나갈지는 한미관계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오는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지,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로 역할 분담을 한 한미간 조율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한반도 미래의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투자 확대를 통한 미국 제조업 재건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어지럽다. 지난해 9월에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317명 등 450여명을 쇠사슬로 묶어 체포하면서, 한국 대미 투자에 충격과 불안을 키웠다.
새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시작됐다. 소프트파워와 동맹 유지 능력, 경제·산업의 우위를 상실한 트럼프의 미국은 남아 있는 유일한 힘인 군사력을 최대로 이용해 약탈의 규모를 키우며 약탈적 제국주의·군국주의의 길로 노골적으로 질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기구를 탈퇴하고 “국제법은 필요하지 않다”고 큰소리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자강’과 ‘전략적 자율성’을 좌표로 제시했다.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고 한·일 협력을 진전시키지만, 중국과도 가능한 분야에서 최대한 협력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길을 찾아나가려는 것이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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