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각 지역마다 방문객 수, 소비 규모를 앞세운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여행에 밀렸던 국내 여행 시장도 완연한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말마다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는 늘었지만, 여행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여유와 만족감이 함께 커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빡한 일정에 속도 경쟁하듯 보고 지나치는 여행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가 민간 수목원 ‘사유원(思惟園)’을 운영하는 유지연 회장을 만난 이유는 이런 흐름과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 사례이기 때문. 사유원은 개장 초기부터 고가 입장료와 하루 방문객 수 제한을 전제로 설계했다. 더 많은 사람을 받기보다 정해진 수의 방문객이 충분히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우선한 공간이다.
접근성이 개선되고 인지도가 높아진 이후에도 이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 사유원이 ‘2025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것은 이 같은 선택이 하나의 운영 모델로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방문객을 더 늘리는 방식 말고, 관광이 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없는지 묻기 위해 유지연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군위) 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관광 명소로서 성패를 여전히 방문객 수로만 판단한다면 대구 군위군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수목원 ‘사유원’은 불편한 사례다. 하루 입장객 300명 제한. 입장료 5만원.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손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도 더 적게 받는다. 경제적으로 이 선택은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공간이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설계한 이는 유재성 선대 회장. 그리고 그의 신념을 이어받은 유지연 회장(사진)이다. 사유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한 기업인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조성한 민간 수목원이다.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는 방식이었다면 애초에 선택할 수 없는 구조다. 유 회장이 말하는 ‘덜 받는 관광’은 이상론이 아니라 계산의 결과였다.
“사유원은 처음부터 많이 받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이 숲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만 운영하자는 선택이었죠.”
◇지역 관광이 안고 있는 ‘체류의 문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1870여만 명. 사상 최대였던 2019년(1750만명)을 약 7% 웃돌고, 전년 대비 14% 늘어난 수치다. 국제선 항공편 운항 편수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숫자만 보면 방한 관광시장은 확실히 회복 국면을 넘어섰다.
이데일리가 민간 수목원 ‘사유원(思惟園)’을 운영하는 유지연 회장을 만난 이유는 이런 흐름과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 사례이기 때문. 사유원은 개장 초기부터 고가 입장료와 하루 방문객 수 제한을 전제로 설계했다. 더 많은 사람을 받기보다 정해진 수의 방문객이 충분히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우선한 공간이다.
접근성이 개선되고 인지도가 높아진 이후에도 이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 사유원이 ‘2025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것은 이 같은 선택이 하나의 운영 모델로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방문객을 더 늘리는 방식 말고, 관광이 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없는지 묻기 위해 유지연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군위) 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관광 명소로서 성패를 여전히 방문객 수로만 판단한다면 대구 군위군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수목원 ‘사유원’은 불편한 사례다. 하루 입장객 300명 제한. 입장료 5만원.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손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도 더 적게 받는다. 경제적으로 이 선택은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공간이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설계한 이는 유재성 선대 회장. 그리고 그의 신념을 이어받은 유지연 회장(사진)이다. 사유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한 기업인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조성한 민간 수목원이다.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는 방식이었다면 애초에 선택할 수 없는 구조다. 유 회장이 말하는 ‘덜 받는 관광’은 이상론이 아니라 계산의 결과였다.
“사유원은 처음부터 많이 받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이 숲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만 운영하자는 선택이었죠.”
대구 군위에서 민간 수목원인 ‘사유원’을 운영하는 유지연 회장. 그는 “숫자만 늘리는 관광은 사유원에도, 지역에도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
◇지역 관광이 안고 있는 ‘체류의 문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1870여만 명. 사상 최대였던 2019년(1750만명)을 약 7% 웃돌고, 전년 대비 14% 늘어난 수치다. 국제선 항공편 운항 편수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숫자만 보면 방한 관광시장은 확실히 회복 국면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역의 체감은 다르다. 관광지는 인파로 붐비는데 머무는 시간은 짧고, 소비도 늘지 않는다. 결국 피로도만 높아진다. 방한 외래 관광객 1인당 지출은 1008달러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177달러나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로 나간 한국인의 1인당 지출은 단 8달러 감소에 그쳤다. 방문객이 늘어도 관광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사유원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방문객 수를 늘리는 대신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숫자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이 선택은 최근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다. 사유원은 ‘2025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이 상은 단순한 방문객 수나 매출 규모가 아니라 관광 자원의 가치, 운영 철학, 지속성, 지역 기여도를 종합 평가한다. 사유원이 선택한 방식 자체가 평가 대상이 된 셈이다.
“우리가 해온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에 가깝습니다. 많이 받는 관광만이 아니라, 어떤 상태를 유지하느냐도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사유원은 숲이 먼저였다. 수십 년간 유지해온 고목과 숲이 있고, 그 숲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계산한 뒤 건축과 동선을 얹었다. 공간을 먼저 만들고 사람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었다. 공간이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먼저 정했다. 이 기준은 하루 입장객 300명 제한과 입장료 5만 원으로 이어졌다. 논쟁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칙은 유지했다.
“정원제를 풀고 가격을 낮추면 단기 수익은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사유원은 사유원이 아닌 게 됩니다.”
사유원은 관람객이 ‘혼자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최대 인원을 산정했다. 숲의 밀도, 동선, 시야, 평균 체류 시간을 함께 고려했다. 효율보다 여백을 택했다. 길은 곧지 않고, 전망은 한 번에 열리지 않는다. 걷고 멈추는 리듬이 공간 안에 설계돼 있다.
사유원 알바로 시자의 작품인 소대 |
관람객 체류가 만든 또 다른 성과
이 운영 방식은 체류 시간에서 차이를 만든다. 국내 주요 관광지의 평균 체류 시간이 1~2시간에 그치는 것과 달리, 사유원 방문객은 반나절 이상 머무는 비중이 높다. 숲을 걷고, 건축을 보고, 식사를 하고, 다시 숲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방문객들이 원하는 건 짧게 보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더 긴 시간에 더 많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온전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즐기고 경험하는 겁니다.”
방문객의 약 80%는 외지인이다. 가격 장벽을 넘는 설득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싸서 간다’가 아니라 ‘비싸도 갈 만하다’는 판단이 축적됐다. 고가·정원제 모델이 만족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체류는 지역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인다. 짧게 들렀다 떠나는 관광과 달리, 머무는 관광은 숙박과 식사, 주변 이동을 동반한다. 다만 사유원 주변의 식당과 편의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유 회장은 이를 사유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관광 구조의 한계로 본다.
“공간 하나만으로는 체류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규제와 환경 문제는 민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계절이 바뀔수록 사유원의 기준은 더 분명해진다. 여름에는 숲이 중심이 되고, 가을에는 건축이 숲의 결을 정리한다. 겨울이 되면 잎이 떨어진 숲 사이로 운영의 원칙이 또렷해진다.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상태인지 점검하는 시간이다.
“사유원은 프로그램을 넣기 위해 숲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숲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운영해 왔습니다.”
유 회장은 이를 ‘버티는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빠르게 확장하지 않는 대신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선택이다.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관광객의 사유를 해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사유원이 감당할 수 없는 성장은 하지 않습니다.”
사유원의 모델을 모든 관광지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유 회장도 이를 일반화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관광 흐름 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관광은 얼마나 많이 왔느냐보다 어떻게 머물렀느냐로 기억됩니다. 그걸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숫자만 늘리는 건 공간에도, 지역에도 부담이 됩니다.”
사유원 내에 있는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인 ‘조사’ |
유지연 사유원 회장은…
△1974년 3월 28일 출생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 졸업 △미국 밥슨칼리지 MBA △미국 스탠퍼드대 AMP 수료 △앤더슨컨설팅(현 액센츄어) 근무 △딜로이트 컨설팅 근무 △티시아이티 대표이사 △TC 총괄 대표이사 △TC 경영총괄 사장 △TC 회장 △TC태창 회장 △태창철강 대표이사 △신라철강 대표이사 △(현)사유원 회장 △(현)티시아이티·티시그린·티시원림·티시솔롱고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