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없는 집단 안건 가결률 98%
의사결정 책임 없는 거수기 전락
공기업 사외이사를 향한 ‘책임 없는 거수기’ 비판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실패라는 고질적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기업의 경영 성과와 주요 의사결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사회가 실제로 경영진을 견제했는지를 둘러싼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2024년 5월부터 1년간 한국전력공사 등 총수 없는 집단의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률은 97.9%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집단(대기업)보다 1.8%포인트(p) 가량 낮았지만 이사회가 무비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흐름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기업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이사회를 설치한다. 이사회는 경영 목표 설정과 예산·결산 승인, 주요 사업 추진, 내부 규정 제·개정 등 핵심 사안을 심의·의결한다. 공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이 있는 법으로 정한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의사결정 책임 없는 거수기 전락
공기업 사외이사를 향한 ‘책임 없는 거수기’ 비판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실패라는 고질적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기업의 경영 성과와 주요 의사결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사회가 실제로 경영진을 견제했는지를 둘러싼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2024년 5월부터 1년간 한국전력공사 등 총수 없는 집단의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률은 97.9%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집단(대기업)보다 1.8%포인트(p) 가량 낮았지만 이사회가 무비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흐름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기업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이사회를 설치한다. 이사회는 경영 목표 설정과 예산·결산 승인, 주요 사업 추진, 내부 규정 제·개정 등 핵심 사안을 심의·의결한다. 공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이 있는 법으로 정한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하지만 실제 이사회 운영은 간극이 크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사회 제도의 핵심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인데 내부이사는 경영진의 일부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견제가 어렵다”며 “결국 외부이사인 비상임이사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하지만 내부 정보 접근과 전문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인선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도 책임 논쟁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공기업 이사는 공개모집을 거쳐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뒤 재정경제부 산하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임명된다. 절차상으로는 공개모집 형태지만 단계에서 정부의 입김이 불가피한 구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사외이사를 둘러싼 ‘정치 논란’이 빈번한 이유기도 하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 대부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이사회를 꾸리는데, 중요한 건 전문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공기업이 실적을 내지 못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지만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다 보니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연임이 가능한 비상임이사 제도 역시 이사회 역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재선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비상임이사가 경영진이나 주무부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연임을 노리는 비상임이사들이 많다 보니 전체적인 이사회 결정이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공기업 이사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사회 구성과 인선 방식, 권한 배분을 함께 손보지 않으면 제도적 정상화는 어렵다는 뜻이다. 해법으로는 전원 외부인사 체제 전환, 단임제 도입, 정부 이사 부활 등이 거론된다.
박 교수는 “이사회 안건 대부분 주무부처와 협의해서 미리 확정된 사안이 올라온다”며 “이미 협의됐다고 하면 이사회에서 의견을 개진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차라리 정부 관계자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외부 이사진과 함께 논의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했다.
인선 과정 자체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교수는 “사외이사 선발 시스템이나 모집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학회나 협단체 등의 검증과 추천 비중을 높이는 등 정권에 흔들리지 않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세종=조아라 기자 (abc@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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