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 강화 입법 러시
기업 부담·책임 범위 논쟁
국회에서 산업안전 관련 입법이 잇따라 발의되며 산업재해 대응 기조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처벌 강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예방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다만 기업 부담과 규제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산업재해 예방 제도의 이행력 제고에 방점이 찍혀 있다. 2024년 이후 제출된 1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아우르는 대안으로,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현장 안전 확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개정안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근로자대표가 추천한 인원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위촉하도록 의무화하고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감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참여 권한이 없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평가 과정에 근로자대표 참여와 결과 공유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형식적 운영에 그치던 위험성평가의 현장 이행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재해 원인조사 대상은 중대재해뿐 아니라 화재·폭발·붕괴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까지 확대된다. 공단이나 관계 전문가가 재해조사보고서를 작성·공개하도록 해 조사 결과가 안전보건개선계획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아울러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에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포함한 안전보건 현황 공시를 의무화해 사후 제재를 넘어 기업의 선제적 예방 노력을 유도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서도 입법 속도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재 근절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는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사업장에 대해 등록말소 신청 근거를 신설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노동자의 작업중지 및 시정조치 요구권 확대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명령 제도 도입, 올해부터 시행된 안전일터 신고 포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 마련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업 부담과 규제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재계와 중소기업, 협력사 측은 요건 완화와 제출 의무, 벌칙 신설이 현장 안전 개선보다는 서류 부담과 책임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중소·하청 사업장에 비용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노동 관련 입법이 잇따르면서 각 법안이 현장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세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해석지침을 내놓으면서 기업이 어디까지 노조 교섭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원청업체가 하청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석지침에서 원청이 산업안전보건체계 전반을 관리·통제할 경우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에 따라 하청의 하청까지 여러 단계로 이어진 구조에서 모든 사업장을 동일하게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재은 기자 (dov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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