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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1명 꼴… 아무나 못 받는 개근상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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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학교 간다는 인식 사라져
이달 초 졸업식을 한 서울 동작구 한 고등학교는 졸업생 222명 가운데 22명(9.9%)만 개근상을 받았다. 2000년대 초만 해도 10명 중 8명꼴로 받았는데, 코로나 때 급감한 뒤 계속 이 상태라고 한다. 학교 관계자는 “예전엔 몸이 아파도 양호실에서 쉬는 한이 있어도 출석은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대부분 학생이 졸업식 때 받았던 개근상이 이제는 소수만 받는 ‘희귀한 상’이 됐다. 학교에 빠짐없이 출석하는 성실함과 책임감이 귀한 덕목으로 받아들여지던 문화가 사라진 탓이다. 해외여행 등으로 학교를 빠지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오히려 학교에 성실하게 나오는 학생을 ‘개근 거지’라고 폄훼하는 문화까지 생겼다. 특히 코로나를 계기로 ‘아프면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요즘 대다수 학교가 학교생활기록부에만 개근 사실을 기재하고, 졸업식 때 수여하는 개근상을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많다. 학부모 김모씨는 “졸업식에 갔는데 고작 몇 명만 개근상을 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아이들이 앞으로 조금만 힘들면 그만두거나 빠지는 게 습관이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방학이나 졸업식을 앞둔 학기 말에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이런 문화를 확산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생 학부모는 “애가 ‘어차피 학교 가봤자 영화만 보니까 차라리 집에서 학원 숙제하면 안 되느냐’고 조른 적이 있다”면서 “학기 말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시 일반고 110곳의 고3 학생들의 2023학년도 12월 출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등교율이 57.3%에 불과했다.

아직 개근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 이화여고는 개근상에만 학교 상징인 배꽃을 붙여 ‘배꽃상’이라고 칭하고 배꽃이 그려진 특별 상품도 준다고 한다. 다음 달 4일 열리는 올해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395명 중 80명(20%)이 개근상을 받는다. 박혜영 이화여고 교장은 “의외로 학생들이 배꽃상을 가장 자랑스러운 상으로 생각하더라”며 “성실함이나 인내 같은 가치가 희미해지는 요즘 시대에 오히려 희소성이 있어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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