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국가대표 차준환이 지난 14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플라잉 카멜 스핀’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다음달 밀라노에서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서는 차준환은 “피겨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가슴이 뛴다”고 했다./장련성 기자 |
“평창은 긴장, 베이징은 불안으로 가득했다면, 이번엔 설렘으로 링크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14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25·서울시청)은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묻자 확신이 담긴 눈빛으로 이렇게 답했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 이어 내달 개막하는 밀라노 코르티나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된 그는 “평창 때는 첫 올림픽이라 너무 어렸고, 베이징 때는 자신감보다 코로나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밀라노 무대를 앞둔 지금이 피겨 인생에서 가장 가슴이 뛰는 순간”이라고 했다.
차준환은 평창(15위)과 베이징(5위)을 거치며 한국 남자 싱글 올림픽 최고 순위 기록을 새로 써왔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기야마 유마(일본)를 꺾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최정상에 섰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르는 올 시즌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고질적인 오른쪽 발목 부상이 재발했고, 스케이트화까지 말썽을 부렸다. 제조사가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달라진 사이즈 탓에 발에 딱 맞는 부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안 맞는 신발로 고난도 점프를 반복하면서 발목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8위, 이듬달 4차 대회에서 5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그래픽=김성규 |
차준환은 “한 달 사이 갈아 신은 스케이트화만 11개였다”며 “작년 말이 되어서야 발에 맞는 부츠를 찾아 안정을 되찾았다”고 털어놨다. 기존 사이즈(265㎜)는 유지하되 왼쪽 발볼만 조금 줄이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는 “발목은 통원 치료를 병행하며 관리 중”이라며 “현재 컨디션은 70% 수준으로, 남은 3주 동안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그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올 시즌 공들여 준비한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 ‘물랑루즈’를 내려놓고, 지난 시즌 사용했던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강렬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돋보이는 탱고곡으로, 이탈리아의 전설적 가수 밀바(Milva)가 부른 버전을 사용한다.
“올림픽 무대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하다가, 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고 가장 애지중지하는 곡을 다시 꺼내기로 했어요.” 지난 4일 전국 종합선수권 우승으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직후 내린 결단이다. 그는 “개최지가 이탈리아인 만큼 음악적 색깔을 맞추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며 “무엇보다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안겨준 곡이어서 그때의 몰입감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막내’였던 차준환은 이번에는 ‘맏형’으로 팀을 이끈다. 그를 제외한 피겨 대표팀 5명이 모두 첫 올림픽 출전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올림픽이라고 해서 과하게 긴장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실력을 마음껏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림픽 도전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차준환은 “은퇴 시기를 고민한 적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는 간절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저 세 번째 올림픽일 뿐입니다.”
차준환은 평소 “결과보다 과정을 후회 없이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 신념처럼 여긴다. “뚜렷한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하루하루 후회 없이 훈련하고 대회에 임하면 결국 제가 원하는 지점에 닿을 거라고 믿어요.”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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