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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택 공급 대책보다 ‘세금 인상’ 얘기 먼저 꺼낸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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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김정관 산업부통상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김용범 정책실장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김정관 산업부통상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부동산 세금 인상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며 혼선을 주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주 “같은 한 채라도 소득세처럼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양도소득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사실상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틀 뒤 민주당이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세금 인상’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의 주장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양도세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그는 “10억, 50억, 100억원짜리 한 채도 있는데, 장기 보유하면 다 똑같이 (양도세를) 80%까지 공제해준다. 조세 형평에 맞는지 많은 논의가 있다”고 했다. 발언 내용으로 볼 때 단순히 시장 반응을 떠보려는 차원을 넘어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을 빼앗고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집값 급등은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다. 문제는 세금만 올려선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투기 억제’를 내세워 보유세·양도세를 대폭 강화했지만 부동산 안정보다는 ‘미친 집값’을 만들고 말았다.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은 채 세금 폭탄만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초강력 대책을 내놨지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대 폭(9%)으로 상승했다. 반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강남 집값이 하락한 것은 세금이 아니라 공급 덕분이었다. 서초·강남구 일대에 보금자리주택 1만5000호를 지은 데다, 과천 정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과 강남권 주택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역대 최대 규모의 주택 공급’을 공언하고 있지만 대책 발표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처럼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는 소극적이어서 대책이 나오더라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금 할 일은 섣부른 세금 인상 논란이 아니라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꺾을 수 있는 압도적인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금이라는 쉬운 칼날만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실패할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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