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8년 전 오늘, ‘동거녀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행방을 묻고 다닌 30대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청주지법은 폭행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당시 39세)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이 씨는 2012년 9월 중순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동거하던 여성 A(당시 36세)씨의 원룸에서 ‘헤어지자’는 A씨 말에 격분, 폭행해 살해한 뒤 인근 밭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2017년 6월 24일 충북 음성군의 한 밭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 씨가 현장 검증에서 시신을 옮기는 과정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당시 청주지법은 폭행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당시 39세)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이 씨는 2012년 9월 중순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동거하던 여성 A(당시 36세)씨의 원룸에서 ‘헤어지자’는 A씨 말에 격분, 폭행해 살해한 뒤 인근 밭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 시신을 원룸에 3일간 방치한 이 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인근 어머니 지인 소유의 밭에 암매장하기로 마음먹고 친동생(당시 37세)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사람은 밭에 웅덩이를 판 뒤 A씨 시신을 넣고 발각되지 않도록 시멘트를 부었다.
이후 이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동거녀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되레 행방을 묻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씨는 ‘여성이 동거 중인 남성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4년 만에 덜미를 잡혔고, A씨 시신은 백골로 발견됐다.
이 씨에 대해1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가 우발적이고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 반성하고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 유족과 합의되지 않아 중벌을 피할 수 없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와 사체은닉죄였다. 시신이 백골화되면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씨의 진술에 따라 A씨를 죽일 의도 없었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이다.
살인죄는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으로, 사형과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폭행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가 살인을 저지르고 콘크리트 암매장한 ‘엽기’ 범죄자에게 5년형을 내리면서 ‘중벌’이라고 표현한 점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마저도 2년을 감형해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유족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라는 게 양형 이유였는데, 20년간 인연을 끊고 지낸 A씨 아버지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셌다.
A씨는 20년간 따로 산 아버지와 1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게 다였고, 2012년부터 A씨 시신이 발견된 2016년까지 그나마 있던 연락도 끊겼지만 A씨 아버지는 실종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A씨 아버지가 딸을 숨지게 한 이 씨 측에게 돈을 받고 합의해준 것이다. A씨 아버지는 법원에 이 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이 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 하루 뒤, 고3 딸을 성추행한 상담교사를 살해한 40대 여성이 징역 10년을 선고받으면서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법조계에선 두 사건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만 같을 뿐,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다르고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가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법원이 상담교사 살해 사건에 대해 우리 법질서에서 용납하지 않는 사적 복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은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판결이 내려지면 누가 사적 복수를 하겠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2017년 6월 이 씨의 형이 확정됐다.
1심과 항소심에서 공소 내용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서 법리적 다툼 사항이 없기 때문에 상고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었다.
다만 검찰은 “생전 피해자와 절연 관계에 있던 아버지의 합의로 감형돼 유감스럽다”며 “이런 경우를 유대 관계에 있는 유족의 일반적인 합의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사체 은닉)로 함께 구속기소된 동생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