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
정부가 ‘국가대표 AI’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프로젝트 운영 방침을 예고 없이 수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대표 AI는 글로벌 AI 종속을 피하고 독자 기술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국가 주도 프로젝트다. 지난해 8월 네이버클라우드·업스테이지·SK텔레콤·NC AI·LG AI 연구원이 선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5일 네이버와 NC를 1차 평가 탈락자로 발표했다. 네이버는 중국산 모듈을 사용해 독자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NC는 AI 모델 성능이 낮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문제는 정부가 “당초 1차 평가에서 1팀을 떨어뜨릴 계획이었지만 2팀이 탈락하면서 1팀을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고 밝힌 점이다. 국내 모든 기업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I 업계에선 1차 평가에서 2팀을 떨어뜨린 것부터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한다. 네이버가 실격 처리됐는데도 NC까지 함께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성능 평가에 앞서 실격 여부를 먼저 따져보는 규칙조차 미리 정해 놓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가 실격 처리되면 은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받지, 다른 선수를 새로 뽑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기업이 선발돼도 문제는 남는다. 1차부터 참여한 팀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약 6개월마다 세 차례 평가에서 1팀씩 떨어뜨려 이르면 올해 연말 최종 2팀을 선발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재공모로 선발된 팀이 최종까지 살아남는다면 두 차례만 평가를 받게 된다.
또한 새로 선발된 팀은 출발선이 다른 상태로 경기에 참여하는 셈이라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1차에서 살아남은 팀들은 이미 개발한 AI 모델을 고도화해 2차 평가를 받는 반면 새로 참여한 기업은 밑바닥부터 개발한 모델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AI 기업 관계자는 “추가로 선발되더라도 조기 탈락으로 망신만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 목표는 명확하다. 제미나이·챗GPT 등에 견줄 만한 독자적 AI 모델을 만들어 AI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AI가 산업 현장 곳곳에 적용됐을 때 외국 기업에 돈을 주면서 AI를 이용하는 종속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독자성’을 엄격하게 평가한 이유다. 네이버는 이 요건을 안일하게 판단해 탈락했다.
LG·SKT·업스테이지는 독자성과 성능을 인정받아 1차 평가를 통과했다. 정부가 당초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들을 집중 지원하면 된다. 그런데도 굳이 ‘2차 평가는 4팀’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며 재공모에 나서자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패자 부활전 아니냐는 의심까지 낳고 있다. 정부가 원칙 없는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5300억원짜리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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