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업계에 미국발 관세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16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든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러트닉 장관은 대만과 관세협정을 체결한 뒤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한 투자를 하든지 아니면 관세폭탄을 맞으라는 노골적인 압박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관세협상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미국과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보다 많은 국가(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명시했다. 이 최혜국대우 조항이 우리를 압박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에 2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반도체 무관세혜택을 얻어냈다. 대만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동안 생산능력의 2.5배까지 관세가 면제된다. 한국 반도체업계의 대미 투자는 삼성전자 370억달러, SK하이닉스 38억7000만달러 수준에 그친다. 미국은 향후 협상에서 한국의 반도체 투자액이 대만보다 적다며 ‘키 맞추기’ 압박을 가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미국의 추가투자요구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삼성과 SK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각각 360조원, 600조원 규모 투자를 확정한 상태다. 추가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 반도체 산업구조와 특성이 대만과 다르다는 점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고객사가 주문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위주라 미 현지공장이 유리하지만 한국은 거대한 생태계가 중요한 메모리여서 대미 투자의 효율이나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 입장에서도 고율의 관세 부담은 결국 자국 빅테크나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만큼 무작정 관세장벽을 높이는 건 부담이 크다.
반도체는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주력 산업으로 대미 수출 2위 품목이다. 올해 한국경제가 2% 성장한다지만 반도체를 빼면 1% 초중반으로 뚝 떨어진다. 기존에 약속한 대미 투자분 3500억달러도 우리 경제나 외환시장이 감당하기 힘들다. 이런 판에 반도체 생산시설마저 미국으로 옮겨가면 국내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부족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교한 전략과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 국익 방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반도체 국내 생산기반만큼은 지켜야 한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