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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청년들에게 AI 겪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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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내 과업은 지역의 문과 대학생들에게 코딩과 통계학을 가르쳐 취업시키는 일이었다. 당시 머신러닝(알고리즘을 활용한 학습)과 빅데이터가 유행이었고, 코딩 열풍도 막 시작됐다. 수업은 프로그래밍과 통계 기초, 몇 가지 머신러닝 기법을 따라 하며 사회적 현안을 데이터로 간단히 분석해 보는 수준이었다. 프로그래밍과 통계학을 교재에 나온 대로 실수하지 않는 것보다, 직접 실제 ‘빅데이터’를 만지며 ‘겪는 시간’이 중요했다.

컴퓨터 만지길 좋아했던 학생들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었다. 야구 기록을 며칠씩 붙잡는 학생도 있었고, 지자체 민원게시판 글을 모아 지역 교통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빅데이터 공모전’이 늘던 시기라 학생들은 밤새워 데이터를 만지고 그래프를 그리고, 때로는 웹페이지로 시각화해 발표하고 상도 타왔다. 필요하니까 상경계·이공계 수업도 찾아 들었고, 어려운 프로그래밍·수학·통계학도 ‘필요한 만큼’ 체화해 나갔다. 지방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도 ‘데이터 과학자’라는 취업처가 잠시나마 열렸고, 나도 그런 졸업생을 자랑하곤 했다.

대학의 ‘성공 경험’, 정부의 인공지능(AI) 지원, 교육부·고용노동부의 프로그램 확대 속에서 코딩·통계·머신러닝을 가르치는 전공 프로그램은 생겨나고 바뀌었다. 2020년대 초반엔 ‘빅데이터 전공’이 늘었고, 2020년대 중반엔 ‘AI 전공’으로 이름을 갈아탔다. 상당수 대학이 몇년간 AI 관련 전공자를 모시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런데 질문이 생긴다. 대학이 ‘AI 특화 인재’를 쏟아내면 노동시장은 그 인재를 받아낼 수 있는가. 알고리즘을 만드는 엔지니어의 역량은 비교적 정의하기 쉽지만, 그 밖의 AI 인력 역량은 상대적으로 정의하기 모호하다. 오히려 전공 역량이 탄탄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AI 기술을 덧붙이는 편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청년에게 ‘AI 실전’ 기회는 줄어

생성형 AI 이후 공모전 풍경도 바뀌었다. 세세한 데이터를 시행착오로 만져보기보다, 간략한 프롬프트로 빠르게 ‘처리’하는 데로 쏠린다. 깊은 이해, 맥락과 상황 인지가 생략되고, ‘겪는 시간’이 줄어든다. 생성형 AI의 발달로 점차 프롬프트를 간략히 써도 그럴듯한 답이 나오게 됐지만, 답이 도출된 과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데이터가 생성된 현장과 제약 조건을 모르니 해석은 얕아지고, 전문적 지식은 그럴듯한 요약으로 대체된다. 현업에서 필요한 방식과는 겉도는 경우가 늘어난다. 청년들의 손에 쥐여지는 것은 분석 방법론 도구와 자격증인데, 시행착오를 포함한 경험은 축적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모전 스펙으로 문과생이 취업하긴 더 어려워졌다.

노동시장은 점점 더 가혹해진다. 기업은 현장에서 신입들이 ‘겪을 시간’에 투자하지 않고 완비된 사람을 찾는다. 2025년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43% 줄었다. AI 확산 속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IT·통신 업종에서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재교육·재배치가 강화되는 중이다. AI 특화 인재를 공급한다 한들, ‘겪을 시간’이 사라진 노동시장에서 남는 건 경력자에게만 열리는 좁은 문과 그 앞에서 무한경쟁하는 청년들뿐이다. 대규모 창업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청년에게는 “배우라”는 말만 남고, 배울 수 있는 ‘실전’의 기회는 줄기 마련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2025년 12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주로 등장하는 내용인 ‘핵심 인재 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AI와 한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훈련과 교육이 ‘전문 AI 기술자 양성’에만 갇히기보다, 다수 노동자가 AI와 함께 일하는 현실에 맞춰 역량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노동자와 학생들은 AI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AI를 쓰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문해력·데이터 분석 능력, 협업과 사회적 기술 같은 일반 역량, 그리고 디지털 리터러시와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 이해다. 무엇보다 이 역량은 강의실에서 듣는 것만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현장 기반 학습으로 실제로 AI를 활용하며 다양한 문제 상황을 ‘겪어야’ 습득이 가능하다.


AI 시대의 현실 맞춰 역량 넓혀야

산업정책으로서도, 다수 청년을 위한 노동시장 정책으로서도 AI 전환의 설계는 중요하다. 디스토피아를 현실화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대한 담대한 성장의 약속이 될 것인가. 관건은 핵심 인재를 키우기 위한 기술 목록의 정의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수 청년들이 AI로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경험해 자신들의 도구상자를 만들게 할지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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