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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모두 윤석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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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각자 다른 이유로, 다른 방법으로 윤석열 유산을 청산하고 있다.

여권의 청산 작업은 검찰 해체, 특검을 통한 내란 진상 규명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 해체는 막바지에 이르러 혼란스러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마련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이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중수청법안은 기존 검찰청 제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검찰 해체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법무장관 정성호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선한 정부의 검찰이니 괜찮을 것이라는 뜻이다. 문재인은 윤석열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윤석열은 독립성을 보장한 자기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했다. 게다가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을 통제하는 민정수석까지 폐지했다. 윤석열의 검찰국가도 출발은 그랬다.

이재명은 검찰을 해체하는 마당에 민정수석실을 설치하고, 그 자리에 특수부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그가 물러난 뒤에는 대검 고위간부 출신을 앉혔다. 이재명은 공소청에도 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을 부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낸 적이 있다. 모든 정부는 자기의 검찰을 갖고 싶어 했다. 우리가 정말 검찰국가로부터 해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특검은 원래 계획대로 지난해 끝났어야 한다. 그랬다면 올해 다른 정국이 펼쳐질 수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또 특검 정국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만큼 6월 지방선거에 불안감을 심어주는 뭔가가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야당은 여권과 다르게 매우 창의적인 방식으로 윤석열 유산을 청산하고 있다. 윤석열을 영입해 대선 후보로 내세운 정당, 윤석열이 통치도구로 쓰다 망가뜨린 정당, 내란동조로 낙인찍힌 정당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당명 변경.


그런 다음 사과하기다. 초·재선 25명에 이어 당대표가 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사과했다. 시민 마음이 국민의힘을 떠난 것은 미리 막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사과해야 한다면, 민주당도 사과해야 한다.

사과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걸 말한다. 국민의힘은 탄핵을 반대하고 윤석열 체포를 저지하고, 당 기반을 합리적 보수층 대신 윤석열 추종세력으로 교체하고, 나아가 그들과 일체화했으며 제1야당을 아주 못쓰게 망쳐놓았다. 25명 가운데는 탄핵 반대, 체포 저지에 앞장섰던 몇몇 기회주의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누구도 이런 사태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다. 정치적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해서 자기 잘못 아닌, 남의 잘못으로 바꿔치기해 사과하는 건 비겁하고 위선적인 태도다.


그래놓고 당대표가 “과거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당명 개정·사과 대행으로 과거를 지운 뒤 신당 행세를 하겠다는 거다. 증거인멸이다. 장담컨대, 성공할 수 없는 시도다. 윤석열 시대 당 게시판 사건을 이유로 전 당대표를 제명하기로 결심한 것은 국민의힘 시계를 다시 과거로 되돌려, 증거보전을 해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일교·공천 헌금 특검을 요구하는 단식도 야당 대표가 할 법한 대여 투쟁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유산에 사로잡힌 내부 투쟁처럼 비친다. 여권이 대야 공세를 위해 제2 특검을 한다는 비판을 받듯이 그 역시 대여 공세로 윤석열 청산 실패를 덮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동혁은 위험에 직면한 타조처럼 머리를 숨기고 있을 뿐이다. 사적 감정까지 얽힌 윤석열·한동훈·장동혁 세 사람의 과거사가 국민의힘을 지배하는 한 ‘과거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여야 모두 윤석열 유산을 청산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치를 하면서 윤석열 시대를 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여전히 윤석열 시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다. 정당·정치인이 경쟁하고 협력하며 국가적 과제를 풀어가는 정치가 아니라, 검사는 정치인 같고, 정치인은 검사 같은 정치. 이런 정치에서 정당·정치인은 정치 주체가 아니라 통치를 응원하거나 반대하는 관객이 된다.


하나의 윤석열을 가두자 여야 막론하고 많은 윤석열들이 활개치고 있다. 한국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다. 윤석열은 사형당하지 않고 자기의 이 빛나는 유산을 똑똑히 지켜볼 수 있다. 윤석열 단죄만으로 윤석열 시대는 청산되지 않는다. 내란 특검의 사형 구형에 윤석열이 웃은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이대근 우석대 석좌교수

이대근 우석대 석좌교수

이대근 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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