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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지역으로 가는 ‘서울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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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안 심사에서 유독 눈길을 끈 사업이 있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서울 쓰레기’를 태울 공공소각장을 짓는 사업 예산이다. 소각장 부족으로 한계에 다다른 쓰레기 처리 문제를 풀 해법으로 거론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2년 연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떨까. 예산안 심사 과정이 담긴 회의록을 보면 서울 소각장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지난해 11월13일 국회 기후노동위 예산소위 회의록을 보면, 기후부는 마포 소각장 사업 내용을 설명하면서 서울에 더 많은 공공소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암뿐 아니라 노원, 양천 소각장도 증설해야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어질 기후부의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예산이 시급하다’라든가 ‘마포가 안 되면 대체지를 찾아야 한다’는 정도가 자연스러울 텐데, 회의장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이날 금한승 기후부 1차관이 내놓은 결론은 이랬다. “마포 소각시설은 위원님들끼리 의견이 많이 나뉘는 것 같다. 국회에서 정해 주시면 저희는 따르겠다.” 이 문제에서 기후부는 빠지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국회의 질타가 쏟아졌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리되면 따르겠다는 건 진짜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직격했고,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쓰레기 처리를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 것처럼 들린다”며 기후부가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마포 소각장 사업 예산은 주민 반발과 행정소송 패소를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김형동 예산소위원장(국민의힘)은 “국회도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문제를 던져두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쓰레기는 더 이상 서울에 머물지 않는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는 경기 외곽을 거쳐 충청·강원 등 전국 각지로 옮겨져 처리된다. 서울 쓰레기를 떠안게 된 지자체들은 술렁이고 있다.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들은 골목마다 ‘서울 쓰레기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목소리를 높이고, 연임을 노리는 지자체장들은 폐기물 업체를 상대로 특별 단속에 나섰다. 서울 소각장 문제가 지역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반면 ‘중앙’은 조용하다. 기후노동위 소속 의원들은 쓰레기 사태를 두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쓰레기를 받게 된 지역구 의원들이 모여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른 지자체 공공 처리 시설로 반입하는 경우에 부과하던 반입협력금 대상을 민간 시설까지 넓히는 내용이다. 쓰레기 원정 소각 문제가 불거진 뒤 나온 유일한 입법 대응이지만, 근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 법안에 소관 상임위인 기후노동위 소속 의원들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지방만 들끓고 있는 이 쓰레기 논란은 얼마나 갈까. 적어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갈등의 구도는 달라진다. ‘서울 대 지방’이라는 대립 구도는 옅어지고, 갈등은 지역 안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소각장 인근 마을 주민들 간 감정 다툼만 남을지 모른다.


반기웅 정책사회부

반기웅 정책사회부

반기웅 정책사회부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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