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드민턴계가 한 명의 이름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인 여제에게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또 한 번 그의 벽에 막힌 '비운의 살리에리' 왕즈이(중국)를 향해서도 조명을 비추는 분위기다.
안세영은 1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오픈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를 43분 만에 2-0(21-13 21-11)으로 격파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새해 시작과 동시에 2주 연속 정상에 올라 올 시즌 역시 독주 체제를 예고했다. 왕즈이는 그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2인자로 남았다.
안세영 앞에서 왕즈이는 번번이 무너졌다. 이제는 중국 언론을 넘어 해외 매체까지 이 관계를 ‘비극’이라 표현할 정도다. CNN 인도네시아는 19일 ‘왕즈이의 운명’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왕즈이는 2025년 이후 결승에서만 안세영에게 9번 패했다”고 짚었다. 수디르만컵까지 포함하면 10연패다. 정상 문턱에서 반복된 좌절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중국 시나스포츠 시선은 더욱 냉정했다. “지난 11일 말레이시아오픈 결승에서 0-2로 패한 뒤 다시 안세영을 만난 왕즈이는 시작부터 위축된 모습이었다. 공격보다는 반응에 치중했고 결국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며 자국 랭커의 연이은 몰패에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왕즈이는 안세영에게 18번이나 졌다. 팬들 사이에선 ‘여자 리총웨이’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귀띔했다.
리총웨이는 중국 배드민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현역 시절 말레이시아 배드민턴 영웅이자 199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킨 당대 셔틀콕 전설이지만 ‘중국 황제’ 린단 앞에선 매번 고개를 숙여 역설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린단과 통산 전적을 12승 29패로 쌓았다. 위대한 커리어 속 유일한 얼룩이라 볼 수 있는데 지금의 왕즈이와 안세영 관계가 바로 그 구도다.
내용은 더 압도적이었다. 안세영은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4강에서 ‘천적’ 천위페이를 꺾고 올라온 왕즈이는 안세영전 9연패 탈출을 꾀했지만 파이널 매치 흐름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 방향이었다.
이 승리로 안세영은 왕즈이전 10연승을 완성했다. 통산 전적은 18승 4패. 특히 결승 무대에선 11차례 맞붙어 10번이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왕즈이가 안세영에게 유일하게 웃었던 결승은 2024년 덴마크오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026시즌 개막 후 두 대회를 연달아 제패한 안세영은 사실상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3회 우승도 안세영이 없는 무대에서 거둔 성과다. 말레이시아 마스터스와 홍콩오픈, 그리고 안세영이 4강에서 탈락한 중국오픈에서 개가를 올렸다. ‘안세영이 없을 때만 우승한다’는 냉혹한 공식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배경이다.
왕즈이 이름 옆엔 이제 ‘공안증(恐安症)’이란 단어가 연관 검색어마냥 지근거리에 붙었다. 세계 무대에서 최정상 랭커로 인정받는 선수에게 붙기엔 다소 잔인한 낙인이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서서히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안세영 시대'가 더 공고해지고 있단 방증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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