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
정부가 ‘제2의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대비-대응-회복’ 주기로 감염병을 관리하고, 국산 백신 개발 속도를 높여 방역조치 후에도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위기단계 ‘심각’을 벗어나고, 엔데믹을 맞이하기까지 3년 반 가까이 걸린 데 반해 새로운 감염병이 도래해도 1년 후에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팬데믹이 15년 뒤가 될지, 30년 뒤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굉장히 큰 변화의 시대일 것”이라면서 “인구구조의 변화, 정부 재정과 건강보험 재정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 등 급격한 변화를 조망하면서 (감염병 대응) 계획을 세워야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20일은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지 6년이 되는 날이다. 임 청장은 지금이 코로나19가 종식된 지 얼마되지 않아 대응 경험이 남아있으면서 고령화, 인공지능(AI) 발달 등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감염병 대응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적기임을 강조했다.
질병청은 감염병을 메르스와 같은 ‘제한적 전파형’ 감염병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형’ 감염병을 구별해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제한적 전파형은 중증도는 높지만, 전파력이 낮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질병을 말한다. 메르스(2015년), 에볼라 등이 해당된다. 팬데믹형은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도는 낮고,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질병이 해당한다. 코로나19(2020년), 신종플루(2009년) 등이 포함되고, 완전한 퇴치·종식보다는 풍토병화·공존을 대응 목표로 한다.
팬데믹형 감염병은 ‘대비-대응-회복’ 단계로 관리하고, 대응 단계에서는 시간에 따라 다른 수준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초기에는 확산을 통제하면서, 아직 잘 모르는 감염병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후 빠르게 백신을 개발해 위험율을 낮추고, 위험율이 낮아지면 일반 동네병원에서도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운영을 정상화한다는 구상이다.
임 청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감염병 유행 후 일상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을 1년 이내로 압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새로운 팬데믹이 선언되면 그로부터 200일 이내에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 계획 등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후 3~4개월 내에 전 인구 집단 80~90% 접종을 목표로 세우면, (일상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무리 늦어도 1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데믹 선언 이후 첫 1년은 방역조치 등 제약을 감수하더라도, 2년차부터는 일상회복에 전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감염병의 위험을 빠르게 낮추기 위해 국내 백신 개발 능력 향상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질병청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한 백신 신속 개발 플랫폼을 완성해 향후 다른 팬데믹이 발생해도 최대 200일 내 국산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에는 감염병 확산이 시작되고 약 5달 만에 백신 접종이 가능했었다. 당시 이미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던 경험이 있던 덕분에 구조가 비슷한 신종플루 백신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 당시에는 수입 백신에 의존하느라 수급이 불안정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코로나19 엠알엔에이 백신 국산화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해도 발빠르게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대응력을 키운다. 또 2027년 상반기 국내 첫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을 광주 조선대병원(호남권)에 문을 열고 이후 수도권, 충청권, 경북권, 경남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임 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방역패스, 확진자 동선공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국민적 수용성과 방역의 실효성을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밝혔다. 그는 ‘방역패스 등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초기에는 불가피하게 격리할 수밖에 없고 뒤로 갈수록 조치가 완화되는데 충분한 설명과 조망이 부족했다”면서 “사회 중재적 내용에 대한 지침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초기에 불가피한 기본권 제약이 일부 있더라도 더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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