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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등교사 김모 씨는 최근 4학년 수업에서 한 학생에게 ‘5보다 1이 큰 숫자가 무엇이냐’고 물었다가 깜짝 놀랐다. 학생이 4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다른 학생에게는 각도기를 활용해 정사각형을 그려보라고 했지만 직각인 90도를 측정하지 못했다. 두 학생은 수(數)에 대한 개념이 떨어지는 ‘난산증(難算症)’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난산증은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난독증처럼, 지능은 정상 범위에 있지만 수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종의 학습 장애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전체 학령인구의 3∼6%가 난산증을 겪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국내는 제대로 된 연구나 통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난산증 학생을 선별, 진단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연내에 구축하기로 했다.
● “학급당 최소 1명 난산증 추산”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 난산증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도 한 자리 숫자를 더하거나 빼는 기초 연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내 초중고생의 5~9% 정도, 학급당 최소 1명 정도는 난산증일 것으로 추산된다”며 “2010년대 이후 교육 현장에서 난산증에 대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난산증 학생이 발굴되고 있다”고 말했다.
난산증의 원인으로는 두뇌 발달 저하, 뇌 손상, 유전적 요인, 환경 영향 등 다양한 요인이 제시되고 있다. 숏폼 콘텐츠 시청 같은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은 난산증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난산증이 있으면 숫자가 연속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미취학 시기에 수를 세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수와 사물의 개수를 연결시키지 못하면 난산증을 의심할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기초 연산을 못 하거나 수의 크고 작음을 비교하지 못하면 난산증 가능성이 있다. 정유진 서울 강동초 교사는 “책상 위에 10개 물건이 놓여있으면 머릿속으로 ‘10’이라는 숫자가 저절로 떠올라야 하는데, 난산증 학생은 이를 전혀 떠올리지 못한다”고 했다.
● 서울시교육청, 난산증 학생 선별-지원
난산증은 빨리 발견할수록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수 이해도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만 6, 7세를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본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수학 실력이 뒤처지면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교사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소연 서울 양재초 교사는 “다른 친구들은 무난하게 해내는 덧셈, 뺄셈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수학뿐 아니라 교과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교육청 최초로 모든 난산증 의심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초학력에 문제가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것처럼 난산증 의심 학생을 선별해서 심층 진단하고 맞춤형으로 치료하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 난산증 판독 체크리스트를 보완해 일선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지원하는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가 난산증 관련 제도 운영을 맡기로 했다.
이은주 이화여대 아동발달센터 연구원은 “전문교사가 난산증 의심 학생을 지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며 “교육청 지원 체계에 전문교사 육성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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