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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며 10년 버틴 의사과학자, '7500억원 기술이전' 빛 봤다

머니투데이 박건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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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연구개발특구 신년인사회
의사과학자 이정호 KAIST 교수 기조연설
창업기업 '소바젠', 7500억원 규모 기술이전 성공

19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ICC호텔에서 열린 '2026년 연구개발특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19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ICC호텔에서 열린 '2026년 연구개발특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순수 국내 바이오 기술로 7500억원 기술 이전 '신화'를 쓴 이정호 소바젠 대표는 의사이면서 과학자인 '의사과학자'다. 의사 면허가 있음에도 과학자의 길을 택했다. 연구비가 모자라 돈까지 빌려 가며 10년을 버텼다. 그 결과 뇌전증(간질) 치료제 후보 물질이 탄생했다.

이정호 KAIST(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소바젠 창업자)는 19일 대전 유성구 호텔ICC에서 열린 '2026년 연구개발특구 신년인사회'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이같은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소바젠은 대덕특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어머니는 내가 의대를 졸업해 정형외과나 성형외과를 하길 바랐다"며 "그 기대를 저버리고 과학자가 됐다"고 했다. 2012년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된 그는 돌연변이 세포 연구에 착수했다. '퍼스트 무버' 연구였다. 퍼스트 무버 연구는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원천 기술 단계의 연구를 말한다.

모든 세포가 그렇듯 뇌세포도 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이 돌연변이는 각종 난치성 질환의 원인 중 하나다. 이 교수 연구팀은 어떤 돌연변이 세포가 소아 뇌전증을 유발하는지 연구했다.

소바젠 창업자인 이정호 교수, 박철원 대표, 박상민 수석연구원 (왼쪽부터) /사진=KAIST

소바젠 창업자인 이정호 교수, 박철원 대표, 박상민 수석연구원 (왼쪽부터) /사진=KAIST



문제는 돈이었다. 이 교수는 "초기에는 과기정통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다행히 보건복지부에 의생명과학자 지원 사업이 있어서 3년간 연 1억원씩 연구비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카이스트 자체 지원금도 2억원 받았다"며 "하지만 연구를 진행할수록 돈이 너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빛내리 교수님처럼 제 '아이돌' 같은 분들은 모두 빚 내가며 연구하고 있더라"며 "'연구 잘하려면 빛을 내야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한숨을 푹 쉬시며 '의사도 아니고 돈도 안 버는데 빚까지 지면서 연구해야 하냐'고 하셨다"고 돌아봤다.


민간에서 이 교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게 그때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들여 만든 '서경배과학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 교수는 5년간 5억원씩, 총 25억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15년, 2018년에 뇌 돌연변이에 의한 난치성 뇌전증의 발생 원리와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국제 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

소바젠 연구실 모습 /사진=KAIST

소바젠 연구실 모습 /사진=KAIST



이 교수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바이오 스타트업 '소바젠'을 창업했다. 지난해에는 이 기술을 알아본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 파마가 기술이전을 요청했다. 결국 약 5억5000만 달러(약 7500억원) 규모로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교수는 "소바젠 같은 사례가 지속해서 생기려면 특구 내에 의사과학자를 키울 수 있는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의사과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혁신적인 의과학과 공학 연구를 동시에 교육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생은 보통 한국 5대 병원 명의를 롤모델로 삼는데, 그걸 포기하기 쉽지 않다"며 특구에서 '성공한 의사과학자' 사례를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학교에서 창업보육센터 등을 지원해주지만 10년 이상 센터에 머무르지 못하게 돼 있다"며 "그런데 신약 개발 연구는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는 "이런 규제는 심의를 통해 연장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한 장기적인 창업 공간을 지원해 줄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산업계의 국내 혁신 바이오 기술에 대한 신뢰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와 가계약서를 맺기 전까진 우리 기술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며 "계약을 맺고 나서야 투자를 받았다"고 했다. 또 "한국 산업계가 한국 공공기술을 믿지 않는다"며 "공공기술을 이전받을 때 정부가 가산점을 주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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