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며 역대 최대 수출 금자탑을 세웠다. 직전 해 수출이 10% 넘게 감소했으나 1년 만에 위기를 극복했다.
수출 회복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였다. 2010년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무려 63% 증가하며 ‘반도체 주도 성장’을 이끌었다. 2010년 우리 경제의 실질 성장률은 6.8%에 달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반도체 치킨게임의 승자였다. 대만이 불붙인 메모리 증산 경쟁에 공격적인 투자로 맞불을 놓아 한때 디(D)램 세계 2위였던 독일 키몬다가 2009년 파산했다. 2013년엔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엘피다마저 미국 마이크론에 넘어갔다. 현재의 ‘메모리 빅3(삼성·SK·마이크론) 과점 체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돈을 쓸어 담으며 2010년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17조원을 기록했다. 메모리에서만 10조원을 벌어들였다.
정권 중반을 맞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동반 성장’이란 화두를 꺼내 든 것도 이 시기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의 이익이 두둑해졌지만 낙수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려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뛰며 양극화만 심해졌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 발전’을 새 국정 기조로 제시했다. 뒤늦게 친서민을 강조하며 임기 후반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한국 경제가 ‘케이(K)자형 성장’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이자형 성장이란 알파벳 ‘K’자처럼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은 반도체 등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부를 쌓고, 그 외 산업, 내수, 지방, 서민과 청년 등은 불황을 겪으며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 정부가 내건 성장, 실용주의, 코스피 5천 등의 구호는 과거 정부와 판박이다. 정부가 연초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며 담은 ‘모두의 성장’ 정책은 생색내기 수준의 재탕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 악화된 내수와 분배 지표 등을 확인한 뒤 광복절 경축사를 다시 고쳐 써봐야 때늦은 한탄일 뿐이다. 구들장의 온기가 방 전체를 골고루 데울 수 있도록 온기의 통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종오 경제산업부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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