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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대학 수준이 기술 잠재력 가늠자···中 부상에 경각심을”

서울경제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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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잃은 경제, 기술력 제고 없이는 저성장 탈출 어려워
세계 대학 순위에서 급부상하는 中, 경쟁력 향상 뚜렷해
교육 재정, 고등교육 위주로 재편해 고급 인재 양성하고
불합리한 규제 풀어 기업 투자 살려야 성장 열매 맺을 것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와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올해를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지난해 1% 안팎이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현상과 특정 산업에 쏠린 불안정한 구조가 고착화하고 중국의 ‘제조 굴기’가 우리의 주력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앞날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국내 계량경제학 권위자인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원활한 경제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은 장기적 견실성”이라며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경제 활력을 일으킬 단 하나의 방법을 꼽는다면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명예교수는 또 “대학 수준은 한 나라의 기술 잠재력을 판단하는 유력한 지표”라며 “그런 점에서 세계적으로 대학 경쟁력을 급속히 키우고 있는 중국에 대해 크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금의 한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경제지표를 보면 경제가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하 속도가 빠른 게 문제다. 이제는 기술 수준을 높이지 못하면 의미 있는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본다. 기술은 국가 안보를 위시해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진지하게 이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단기적 경제 운용도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8%인데 지금 흐름으로 봐서는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물론 경제에는 운이 따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방위산업은 우리 기업들의 높은 경쟁력에 더해 안보에 대한 국제적 관심 고조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반을 둘러싼 일반적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반도체가 호황이지만 수출 산업 간 불균형이 심하고 중국 제조업이 급성장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악재다. 중장기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니 기업 투자도 부진하다. 의미 있는 경기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성장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자생적인 기술을 개발해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경제의 운명과 미래 국가 활력을 결정지을 단 하나의 요인을 꼽는다면 기술력이다. 저출생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거의 유일한 대안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재정 투입은 그다지 유효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구 감소는 소득 증가에 따른 내생적 반응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그 노력을 기술 발전에 쏟는 편이 더 현명하다. 장기 동력이 높아지면 단기적인 경기 운용도 용이해질 것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3% 목표를 내걸고 있다. 가능하겠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3%라는 수치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어떻게 장기적인 경제 능력을 활성화할 것인지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반복되는 얘기이지만 결국 기술력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은 교육 구조부터 살펴보고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만큼 어린 학생들에게 투입되는 교육 재정이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으로 옮겨가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고급 인재 양성이야말로 미래 성장의 토대이며 국가 안보의 근간이다. 대학 교수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교수 임용이 평생 자격증처럼 되지 않도록 교수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교육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요한 이슈를 짚은 것은 맞다. 대학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리에게 긴요한 과제다. 관건은 ‘어떻게’ 하느냐다. 몇몇 대학에 예산 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세계적 대학 육성은 한 명의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럴듯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긴 안목을 갖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의 기술력 제고로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잠식당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근래 약 30년간 중국의 경쟁력 향상이 뚜렷한데 같은 기간 동안 세계 기술 진보를 선도하는 미국 선두 대학들에서 중국인 교수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아시아 국가 중 세계 대학 순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도 중국이다. 미국의 첨단 고등교육에 대한 중국의 참여도가 급격히 늘고 그에 비례해 중국의 대학 경쟁력도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한 나라의 대학 수준은 그 나라의 기술 잠재력을 대변하고 현재와 미래 경제력과 국력을 가늠하게 하는 유력한 지표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크게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가 중국을 앞선다고 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정치인들이 이 같은 현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의 중요성은 거의 모든 정권들이 강조해 오지 않았나.

△구호는 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다. 겉보기만 요란한 정책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고 현실적 수단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술 잠재력은 대학에서 자란다. 대학 연구활동이 활발해져야 발전된 기술 역량이 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 대학 연구를 활성화하고 산학 간 첨단기술 공동 연구·정보 교류가 원활해지도록 독려·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기술 후진국에서 급격히 경쟁력을 키운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외환시장 변동성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서학개미’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등 여러 수단을 동원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물가 압력이 높아지고 경기가 부진해도 금리를 내리지 못해 침체를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우선은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하는 데 대비해 특히 단기 외채 구조가 건실한 상태인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올해는 보수적으로 금리를 운용해야 할 것이다. 경제 여건이 양호하고 기업의 장기 전망이 좋을 때 금리를 낮추면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지만 장기 전망이 안 좋은 데다 집값·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환율을 안정시킬 방법이 있나.

△단기적 유인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환율을 잡으려면 달러화를 더 많이 벌어들이든가 외국의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수출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의 사업 전망이 좋아지면 서학개미는 물론이고 해외 개미들도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이다. 결국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한다.

-경기 불확실성이 큰 지금 특별히 눈여겨봐야 할 지표가 있다면.

△산업별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총체적인 수출 호조와 성장률 개선에도 불구하고 개별 산업의 현실은 천차만별이다. 몇몇 산업에 의존하는 수출 ‘쏠림’은 오히려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정책 입안자는 어떤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 반도체 호황에 안주하지 말고 다른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아울러 주변국들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이 겪는 어려움은 상당 부분 글로벌 여건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어떤 산업이 부상하고 어떤 분야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지 관찰해 적절한 대응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

-기업 투자를 일으키려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이 투자하게 만드는 요인은 크게 봐서 자금 조달의 수월성, 즉 낮은 금리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다. 근래의 제반 여건상 비용 구조를 좋게 만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결정적인 요인은 후자다. 장기적 전망이 좋으면 당장 불황이 닥쳐도 투자는 일어나게 된다. 장기적 측면에서 경제가 건실하도록 만드는 것이 단기적 불황이 오래가지 않게 하는 지름길이다. 기업들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하는 데는 불합리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오후 5시만 되면 연구실 불을 끄고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사장부터 구속하는 식의 과도한 규제는 기업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므로 거두는 것이 맞다. 또한 성장과 분배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든 집권정당은 일단 성장에 공을 들여야 한다. 성장을 해야 나눠줄 열매가 생기지 않겠나.

-청년들이 고용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도 심각해 보인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청년을 돕는 정책을 펴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측면에서의 경직성이 청년 고용을 가로막는 부분이 있다고 의심된다. 그 경직성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년 일괄 연장은 재고해야 한다. 80세에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단지 연차가 쌓여서 고임금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근무연수 중심의 임금 체계도 하루속히 개편해야 한다.




◇He is···

1952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경동고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샌디에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4년부터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 대학 경제연구소장, 상경대학장, 경제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계량경제학회장, 국가통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 한국은행 국민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통계적 방법으로 경제 현상을 실증 분석하는 계량경제학 분야의 권위자로 2025년 한국경제학회 신태환 학술상을 수상했다.

신경립 논설위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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