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에 싸인 서울 종묘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앞 고층 재개발이 종묘에 미치는 변화를 예측하는 영향평가 실행 여부를 놓고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유산청이 영향평가 절차와 심의 기간을 대폭 줄여 1년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영향평가 실행에만 4~5년이 걸려 재개발 실익을 얻을 수 없다며 수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서울시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허민 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설명회를 열어 이런 방침을 담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실행안을 공개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연말 종묘 재개발 논란이 불거진 뒤 세계유산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영향평가 과정의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실무안을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완성했다”며 “이 내용대로라면 종묘 부근 영향평가는 1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절차 간소화는 영향평가 기간을 문제 삼는 서울시 쪽 입장을 우선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며 “유네스코 쪽과도 평가 절차와 내용의 간소화에 대해 교감하고 협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말 세계유산영향평가와 관련해 대상 사업, 사전 검토 절차 및 평가서 작성 등 세부 실행 과정을 명기한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 예고한 바 있다.
허 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종묘 같은 중요성이 큰 유산은 유네스코와 협력해 객관적인 기준 아래 영향평가 관련 행정 절차와 심의 과정을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다. 사전 검토 제도를 활용해 유산에 주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되면 평가 비대상으로 분류하고 불필요한 행정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들 가운데) 분쟁이나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못 받은 나라들은 있어도 의도적으로 평가를 받지 않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 쪽에 영향평가 수용을 촉구했다.
이날 설명회에 전문가로 참석한 김지홍 한양대 교수도 “7월 부산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주최하는데, 영향평가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채로 행사를 맞을 경우 한국의 국제적 공신력이 크게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 주변 개발 행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치는 여러 영향에 대해 사전에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제도적 과정을 말한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관련 지침을 처음 발표했으며, 이후 회원국 각 나라의 실정에 맞춰 제도 도입을 권고해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세계유산인 충남 공주 공산성 백제 유적 인근의 제2금강교 건립을 위한 영향평가가 처음 진행됐으며, 그 뒤로 전남 해남 대흥사 호국대전 신축 공사 등 모두 6건에 대한 평가 작업이 이어진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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