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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쓴 저격수가 감시 중, 이란 거리는 ‘비공식 계엄령’···“정권에 대한 증오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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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소강상태 접어든 테헤란 분위기
텅 빈 거리에 무장한 보안군만
“공허하고 버림받은 기분”
이란 경찰, 구금된 시위대 ‘성폭력’ 주장도
“이란 정부, 인터넷 영구 제한 검토” 보도도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불에 탄 버스 잔해 근처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불에 탄 버스 잔해 근처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상업 중심지인 하프트호즈 광장은 평소 북적이던 쇼핑객들 대신 검은 제복을 입은 진압 경찰들로 가득 찼다. 광장 곳곳에 배치된 장갑차 중 한 대 위에 복면을 쓴 저격수가 거리를 감시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준군사조직 바시지 민병대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순찰하며 “나오지 마! 쏘겠다”고 경고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정권의 유혈 진압으로 반정부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테헤란 분위기를 전했다. 테헤란뿐 아니라 이란 전역의 주요 도시의 거리도 무장한 보안군이 장악했으며, 이란인들은 이를 ‘비공식 계엄령’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까지 이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3919명에 이르며, 2만4669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HRANA는 지난 12일 이후 새롭게 열린 시위는 단 2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일주일간 휴교 후 학교가 다시 문을 연 모습을 방영하며 일상이 돌아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는 발길이 끊겼고, 이란 시민들은 당국의 잔혹한 진압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우리는 공허하고 버림받은 기분입니다. 이번 시위는 수년간 쌓여온 절망과 분노의 결과예요.” 테헤란의 교사 사라는 FT에 말했다.

테헤란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하는 호세인은 “세상과 단절된 채 조용하고 텅 빈 거리만 남았다.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거나 다치거나 체포되거나 심지어 금속 탄환에 눈을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거리를 한 여성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거리를 한 여성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FT는 이란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증오가 더욱 깊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시위대를 부추겼지만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 이란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 등 해외 이란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배신감도 크다고 전했다.

2022년 히잡 반대 시위가 여성들의 공공장소 히잡 착용 의무화를 일부 완화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과 달리, 이번 반정부 시위에서 수천명이 희생됐지만 시민들이 얻을 것은 별로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 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근본 원인인 경제난이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시위 가담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HRANA는 이란 정보부가 300명 이상의 시민을 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란 경찰이 체포된 시위대를 상대로 성폭력을 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디언은 이란 서부 케르만샤에서 16세 미성년자를 포함한 2명이 구금된 상태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쿠르디스탄 인권네트워크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8일 이후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한 상황에서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BBC는 인터넷 자유 감시단체 필터워치를 인용해 이란 정부가 국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규칙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터워치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국제 인터넷 접속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는 없어야 한다”며 “설령 재개된다고 하더라고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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