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나토 합동 군사훈련을 마친 독일군 병사들이 18일 그린란드 누크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독일이 올해부터 자원병 모집 확대에 나섰지만, 군 복무에 거부감을 갖는 젠지(Gen 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보면, 독일 전역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수만명의 젊은이가 거리에 나와 정부의 군 병력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집회를 벌였다. 10대가 주축인 이들은 ‘나라 예산의 4분의 1을 노년층 연금 급여로 쓰면서, 왜 젊은이가 희생하느냐’는 구호를 외친다.
지난해 베를린의 한 집회에서는 시위대가 군 모병 상담 사무실에 페인트 폭탄을 던지고 입구를 종이 박스 등으로 막았다. 이달 초에는 복면을 쓴 남성 시위대가 입대 상담을 기다리는 청소년에게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청년들이 반발하는 건 독일 정부의 새로운 군 복무 제도 때문이다. 2008년생 남녀 70만여명은 이달부터 군에 복무할 의사가 있는지와 복무 적합 여부를 조사하는 설문지를 배부받는다. 남성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며, 복무 의사가 없더라도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일 정치권은 자원 입대자가 부족할 경우 법을 개정해 징병제로 전환하기로 지난해 합의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18만3000여명인 현역병을 2035년까지 최대 27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향후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해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몇몇 군사역사학자들은 우리가 이미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여름을 살았을 거라고 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도 러시아와 5년 이내에 “조부모와 증조부모 세대가 겪었던 전쟁과 같은 규모”의 충돌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젊은층은 이런 경고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독일에서 시위에 나온 한 16살 학생은 ‘전투에서 죽을 위험을 감수하느니 러시아 점령하에서 사는 게 낫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함께 나온 17살 학생은 전쟁 나면 독일을 떠나 해외에 사는 조부모에게 가겠다고 했다.
수학 과외를 하는 한 대학생은 자신이 가르치는 10대 학생들에 대해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고, 그래서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정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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