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 반도체 후공정(조립·패키징·테스트, OSAT)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와 정책을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가운데, 정작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익성과 지리적 효율을 이유로 말레이시아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후공정(OSAT)에 특화된 허브 국가다. 페낭과 쿠알라룸푸르 인근 셀랑고르 지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공장이 집적돼 있으며, 특히 페낭은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만큼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미국이 관세와 정책을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가운데, 정작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익성과 지리적 효율을 이유로 말레이시아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가 아시아 기업에는 현지 생산을 강요하지만, 정작 미국 기업들은 아시아 생산 시설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챗GPT] |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후공정(OSAT)에 특화된 허브 국가다. 페낭과 쿠알라룸푸르 인근 셀랑고르 지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공장이 집적돼 있으며, 특히 페낭은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만큼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관세 19%… 반도체·전자기기는 예외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말레이시아에 적용하는 기본 관세율은 19%다.
다만 반도체와 전자기기는 관세 0%가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미국 기업들의 조달 구조를 고려한 예외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對)말레이시아 수입에서 반도체·전자 비중은 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텔, AMD,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들의 후공정·테스트·패키징 거점이 말레이시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장에서 후공정을 거친 반도체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거나, 대만·중국 등으로 이동해 완제품 조립을 거친 뒤 글로벌 시장으로 재수출되는 구조다.
말레이시아는 웨이퍼 제조보다는 조립·패키징·테스트에 특화돼 있으며,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중간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후공정을 거친 반도체가 미국 데이터센터용 서버,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패키지, 중국·동남아의 IT·가전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흐름이 고착화돼 있다”며 “이 같은 분업 구조가 말레이시아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예외를 유지하게 만드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 지분 9.9% 인텔, 말레이시아 투자 재확인
특히 미국 정부가 주주인 인텔의 행보는 정책 기조와 대비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인텔 지분 약 9.9%를 의결권 없는(passive) 재무적 지분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에는 개입하지 않지만 정책적 상징성은 크다.
그럼에도 인텔은 말레이시아를 핵심 후공정 거점으로 유지하고 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나 장기 투자 계획을 재확인했다.
인텔은 현재 페낭주에서 120억 링깃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며, 공정률은 99%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에는 페낭 신규 부지 조성을 위해 70억달러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의 말레이시아 진출은 197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미국 유일의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말레이시아에 제2 생산거점을 열었다. 마이크론은 지난 2023년 말레이시아 페낭 제2공장을 공식 개설했으며, 이 공장에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조립·검사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압박은 동맹에, 투자는 아시아로
미국 정부는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기업들은 비용·인력·공급망 효율을 기준으로 아시아 투자를 유지,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텔, AMD,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말레이시아에서 후공정을 하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현지 인건비와 중국·대만과 접근성이 꼽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전기 요금 할인 등 혜택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의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 기기 대부분이 중국, 대만, 한국, 베트남, 인도 등에서 생산되는 만큼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그대로 비행기에 실어 아시아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관세는 인텔,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가 미 정부에 지불하고 대만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관세는 엔비디아, AMD,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지불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내는 자국 내의 자본 순환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편, 반도체 업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든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관세를) 100% 물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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