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4840.74)보다 63.92포인트(1.32%) 오른 4904.66에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54.59)보다 13.77포인트(1.44%) 상승한 968.36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73.6원)보다 0.1원 오른 1473.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6.01.19. |
최근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과거 부동산 폭등기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가 구두 개입과 수급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안정 신호가 아닌 '저점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패닉 바잉'이 외환시장의 '달러 매수'로 옮겨붙은 형국이다.
19일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주도하는 주체는 외국인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와 수출 기업이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이번 국면이 위험한 이유는 '풍요 속의 빈곤' 때문이다. 한은은 달러를 빌려주는 외화자금시장(스왑시장)의 여건은 매우 양호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작 현물환시장은 달러 매입 수요만 강해 환율이 내려오지 않는 '돈맥경화'가 발생했다.
지난해 1~11월 경상수지 흑자는 1018억달러였지만, 같은 기간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1294억달러, 직접투자는 268억달러로 외화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동일 기간 504억달러)와 직접투자(63억달러) 유입을 합쳐도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외국인 증권투자 중 주식 부문에서 71억달러가 유출됐다.
현물환시장의 달러 '빈곤'은 기대 심리를 더 자극한다. 수출기업은 달러를 벌어도 환전을 늦추고, 수입업체는 결제 대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은 한 방향으로 쏠린다. 부동산 불패 신화처럼, '달러 불패 신화'가 시장 심리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 확대와 수출업체 달러 매도 유도 등 가용한 수급 안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환율을 잠시 눌렀다가 곧 다시 반등하는 데 그치며 오히려 '정책이 나올수록 환율은 오른다'는 기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부동산 대책이 매번 단기 진정 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외환시장에서도 정책이 심리를 자극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발 약발'마저 제한적이라는 점도 시장의 학습 효과를 키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우려 표명에도 환율이 재차 반등하자 시장에서는 개입성 발언을 일시적으로 보는 매수 심리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한은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환율 상승 기대가 폭넓게 확산될 경우 자본유출과 환율상승이 서로를 강화하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환율은 국내 증시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기준 수익률은 악화된다.
환율이 1500원을 향해 갈수록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보유할 유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코스피 수급을 약화시키고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내세운 '코스피 5000'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
외환당국은 환율 수준 자체보다 '환율은 더 오른다'는 기대가 고착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 선에 근접할수록 정책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해외주식 매각 후 국내 투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도 예고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세제 인센티브나 환헤지 지원이 일부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흐름을 뒤집을 만한 계기가 되기는 어렵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해외 투자가 줄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 자산으로는 미국 자산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안정되려면 해외로 나간 자금이 국내로 돌아오거나 외국인 자금이 이를 상쇄할 만큼 유입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뚜렷한 반전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며 "수급 중심의 단기 대응을 넘어 국내 자산의 장기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